與 “무한 경의를 표한다” “비겁하고 부끄러워”…尹 ‘신년 편지’ 평가 분분

윤상현, 관저 앞 지지자들에 “아픔과 희망 같이 하겠다”
유승민‧김상욱 등 “정상 아냐” “무섭다고 뒤로 숨어” 맹비판
권영세‧권성동은 말 아껴…대변인 “하나로 해석 어렵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 대정부질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 중인 지지자들에게 독려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 평가가 엇갈렸다. 당 일각에서 "부끄럽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도부는 "하나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당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윤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입장을 질문 받자 "수석대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침묵하며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 메시지가 특정 강성 지지층만을 겨냥한 만큼, 자칫 섣부른 평가를 내놓았다가 일반 민심을 거스를까 하는 우려가 당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당의 공식적 입장을 낼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편지에 대한 해석은 받아보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지지자들이 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떨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수도 있고 일부분은 지지자분들께 호소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하나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조심스레 평가했다.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마찬가지고, 많은 분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면서도 '자제가 윤 대통령에게도 해당되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의미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의원들의 입장은 극명히 엇갈렸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전 관저 앞 집회 현장을 방문해 "여러분들께서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 모습에 무한 경의를 표한다"며 "오후에 또 나와서 우리 신해식 대표와 같이 싸우겠다. 저 윤상현이 여러분들과 함께 아픔과 희망을 같이 하겠다"고 외쳤다. 신 대표는 보수 유튜브 방송 《신의 한수》 운영자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승규 의원도 SNS를 통해 "막 나가는 공수처와 선 넘는 판사, 사법부 정치화를 막아내야 한다"며 체포 영장 청구 및 발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태극기 시위대에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달라고 선동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체통과 품격을 버리는 건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평가했다.

김상욱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윤 대통령이) 혹세무민하고 대중들 뒤에 숨어서 비겁한 행동과 말을 반복한다"며 "참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마지막까지 역사에 기록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메시지로 인해) 국민 간의 충돌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언론을 보면 민주노총이 대통령을 체포하자면서 1월3일 집결하자는 문자를 돌리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행위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