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짜장을 만나 일냈네! 사각사각 씹히는 별미
다양한 천마 음식 개발한 요리사 5인…천마, 기억력 개선 등에 도움 된다 알려져
국내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천마 음식 개발에 나섰다. ‘진진’ 왕육성·‘솔트’ 홍신애·‘배꼽집’ 박규환·‘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담은’ 정재훈 셰프가 그 주인공들이다.
왕육성 셰프는 50년 경력의 중식 대부로 불리는 이다. 그의 식당 ‘진진’은 2017년 ‘미쉐린 가이드’ 별 하나를 받았다. 현재 ‘진진’ ‘진향’ 등을 운영한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한 황진선 셰프의 스승이다. 홍신애 요리사는 ‘홍신애 요리연구소’와 ‘홍신애김치’를 운영하며 ‘수요미식회’(tvN), ‘최고의 요리비결’(EBS) 등 수많은 방송에서 맛난 얘기를 펼친 이다. 박규환 대표는 26년 정육 외길을 걸어온 이로, 서울 성동구 마장동 한우 유통 업체 ‘배꼽축산’과 한우 전문점이자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배꼽집’을 운영한다. ‘한우랩소디’(넷플릭스), ‘국물의 나라’(KBS) 등에 출연했다. 어윤권 셰프는 35년 경력의 이탈리아 음식 전문가다. ‘더현대 서울’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 ‘리스토란테에오’를 운영하고 가정간편식 브랜드 ‘뽀모’의 대표로도 활동한다. ‘반야트리 서울’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정재훈 요리사는 전통주 전문점 ‘담은’을 운영한다. 기순도 장 명인의 간장 등을 쓰며 제대로 된 한식을 안주로 내려고 노력하는 이다. 수십종이 넘은 전통주가 술 목록에 있는 ‘담은’은 2030세대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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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해 11월4일 천마 주요 산지인 전라북도 무주를 다녀왔다. 천마는 예부터 심마니들이 산삼과 함께 캐던 귀한 식품이다. 이름 때문에 마 종류인 줄 아는 이가 많은데, 아니다. 마는 마과 덩굴식물이고, 천마는 난초과 기생식물이다. 전자가 소화에 도움이 된다면, 후자는 혈관과 뇌 건강 유지, 고혈압 등 성인병 치료, 기억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한의학에선 주로 약재로 썼다.
이날 요리사들이 만난 전북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김창수 자원식물연구소 실장은 “천마는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못해 독립적으로 자랄 수 없는 식물로, 공생균인 뽕나무버섯균이 참나무를 분해해 만든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며 “2년에 한번 수확하는데, 그것도 보름 정도만 가능하기에 귀한 작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육 자체가 무농약, 유기농 재배가 전제되어야 하기에 청정식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400m 이상 높은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던 천마를 연구소가 인위적으로 논과 밭으로 끌어들여서 재배하고 있다”고도 했다.
무주는 천마 주요 산지다. 무주천마사업단 김진만 사업단장은 “전국 천마 생산의 60% 이상을 무주가 담당”한다고 했다. 현재 무주의 재배 면적은 대략 36ha 정도다. 4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재배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무주군은 2010년 중반부터 천마를 특화작물로 육성하고 있다.
이날 김창수 실장이 안내한 전시실엔 천마와 재배 과정이 소상히 적힌 자료들, 종균 배양 원목 생산 시설 모형, 천마 활용 차와 비누, 천마로 만든 기능성 식품 등이 있었다. 지름이 대략 2㎝ 크기의 천마가 보였다. 황갈색에 두께가 도톰했다. 요리사들은 손으로 만져보며 강직도 정도를 살폈다. 왕육성 셰프는 “앞으로 노령 인구가 늘어나는데, 혈압 관리에 좋다고 하니 새 메뉴 재료로 쓰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취(이상한 냄새)가 문제인데, 익숙하지 않은 냄새라서 소비자는 좀 꺼릴 수도 있겠다”며 “요리사인 우리가 할 일이 많다”고 했다. 홍신애 요리사도 “이취는 삶거나 하면 옅어지는데, 천마를 갈비찜에 넣어 조리해 손님들에게 냈더니 잠이 잘 왔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어윤권 셰프는 “반찬으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노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맛은 어떨까. 이들은 이날 점심 장소인 ‘용추폭포가든’에서 ‘천마오리백숙’을 맛봤다. 김진만 사업단장은 “돼지고기와 같이 구워 먹으면 천마의 색다른 맛을 더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요리사들은 삼겹살구이에 곁들어진 천마를 맛봤다. 삼겹살이 익어 가는 동안 팬에 깔리는 기름에 천마가 노릇노릇 익어갔다. 박규환 대표는 “잘 익힌 고구마나 감자 맛이 난다”고 했다. ‘천마오리백숙’은 국물이 은근하고 담백해 영락없는 보양식이었다. 부드러운 오리고기와 함께 먹는 천마는 별미였다.
기실 모든 식재료 맛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생산 농가의 환경이다. 이날 요리사들은 한창 천마 수확에 매진하고 있는 한 농장도 찾았다. 균을 키운 참나무 조각이 널브러져 있었다. 70대 정옥분씨가 “10년 된능가, 20년 된능가, 계속 나오능게, 깨부러야지”라고 말했다. 수확철에만 일손을 돕는다는 그는 손놀림이 전문가 솜씨다. “이런 건 못써!” 선별하는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다. 10여명의 아낙이 이랑 사이에서 천마를 깨고 있었다. 천마는 크기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특천마, 상천마, 중천마, 하천마 등으로 나뉜다. 크기가 클수록 등급이 높다.
요리사들은 천마로 어떤 음식을 만들었을까. 왕육성 셰프는 ‘천마멘보샤’와 ‘천마간짜장’을 만들었다. 멘보샤는 빵 사이에 다진 새우살을 넣어 빵과 함께 튀기는 음식이다. 새우살과 함께 천마가 들어갔다. 그는 ‘천마간짜장’도 개발했다. 홍신애 요리사는 수삼과 대추를 천마와 함께 넣어 조리한 ‘천마수삼갈비찜’을 만들었다.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홍 요리사는 자신한다. 박규환 대표는 ‘배꼽집’ 인기 메뉴인 양곰탕에 천마를 넣어 독특한 국물 맛을 낸 ‘천마양곰탕’과 ‘천마솥밥’을 개발했다. 어윤권 셰프는 독특한 메뉴를 선보였다. ‘천마감자수프’ ‘천마 한우 오븐 구이’ ‘천마와 자연산 생선 카르파치오’ ‘천마와 보타르카(이탈리아산 어란)’ 등 이탈리아 음식에 천마를 접목했다. 정재훈 요리사는 ‘천마청국장비빔면’과 ‘천마꿀전’을 개발했다. ‘천마꿀전’은 얇게 지진 전 안에 천마의 향과 맛이 더해져 더없이 특별한 맛을 내는 먹거리다.
요리사들의 천마 나들이를 기획한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그동안 주로 약용 재료로 사용되었던 천마를 실생활에서 널리 알리고 사용하게 하기 위해 요리사들 초청·메뉴개발 행사를 했다”며 이는 “천마가 현대인들의 건강한 식생활 확립에 더없이 좋은 식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미향의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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