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을사년, 별일 없이 살 수 있기를

권혁범 기자 2025. 1. 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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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그랬을 겁니다.

인생 황혼에 접어든 어르신, 가족의 건강과 풍요로움을 바라는 중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하루하루 꿈이 바뀌는 개구쟁이 아이들. 올해도 각기 다른 빛깔의 소원이 참 많았겠죠.

"재앙 수준의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각자 이익만 좇고 있어요. 올해는 시민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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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그랬을 겁니다. 재작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죠. 많은 시민이 새해 새 희망에 부풀고, 첫날 뜨는 해에 간절한 소망을 담았습니다. 각자 사연 따라 이루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하지만 한 해가 저물 때는 아쉬움도 컸을 겁니다. 물론 노력의 열매도 적잖았겠지만요.

2025년 을사년을 맞이한 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이 새해 첫 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을사년, 우리 사회의 안녕과 평안을….”

2025년 새해 해맞이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릅니다. 들뜸보다는 차분함이 웅장하고 엄숙한 첫 해를 맞았습니다. 인생 황혼에 접어든 어르신, 가족의 건강과 풍요로움을 바라는 중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하루하루 꿈이 바뀌는 개구쟁이 아이들…. 올해도 각기 다른 빛깔의 소원이 참 많았겠죠. 그런데도 우선은 ‘내가 사는 곳이 안전하고, 함께 사는 이들의 다툼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시민이 늘었습니다.

국제신문 취재팀이 1일 새벽 해운대 바닷가에 나가 해맞이객의 소망을 들어봤는데요.

“새해를 맞아 부모님이 계신 부산을 찾았어요. 외국에 거주해 비행기를 자주 타다 보니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피부에 더 와닿습니다. 이 안타깝고 슬픈 사건을 기억하면서 올해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재앙 수준의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각자 이익만 좇고 있어요. 올해는 시민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올해는 제발 별일 없이 조용했으면 좋겠어요. 나라가 안정돼야 저 같은 소상공인도 먹고살죠.”

2024년의 문, 설렘과 희망으로 열었지만 절망과 비통으로 닫았습니다. 20세기를 끝으로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비상계엄이 ‘21세기 문명사회’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재연됐습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은 탄핵당했죠. 대한민국 국호가 생긴 이래 처음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영장도 발부됐습니다. 당리당략에 혈안인 정치권은 국민에게 어떤 기대도 주지 못합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민의 애를 끓게 합니다. 세 살 아이를 비롯해 선량한 이웃 179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국민의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이 불안하고 위험하기 짝 없는 상황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니 해맞이에 나선 시민이 개인의 소망에 앞서 ‘나라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심각한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합니다. 하루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일상을 회복해야겠습니다.

1일 2025년 을사년 첫 해를 맞이하기 위해 해운대해수욕장에 시민이 모여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무심한 시간은 또 흐를 겁니다. 2025년 역시 364일 후면 저뭅니다. 2025년의 문을 닫을 땐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평온하고 안전해지기를. 그러고 나서 다시 2026년을 맞이할 땐, 시민 모두가 나라 걱정일랑 떨쳐내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소소한 소망을 뜨는 해에 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인이 보내준 사진 한 장에 이런 문구가 있어 잠시나마 마음 따뜻했습니다. ‘2025년에 너는 / 처음부터 끝까지 / 숨 쉴 틈 없이 행복할 것’. 을사년 ‘뭐라노’ 독자 여러분의 행복과 안녕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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