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다 얹어도 좋다… 포용력 넓은 ‘멕시칸 쌈’[이우석의 푸드로지]

2025. 1. 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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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세계인 입맛 잡은 타코
얇은 밀가루 전병 토르티야에
고기·채소·치즈 등 싸서 먹어
매콤한 칠리·살사소스도 매력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데다
나라별 식재료에 구애 안 받아
한국선 미국식 타코가 인기
美선 불고기·김치 타코가 유명
글로벌 메뉴가 된 멕시코 전통 음식 타코. 길거리 음식으로 미국에 상륙해 패스트푸드 산업으로 확장하고, 나아가 뉴욕과 유럽 지역의 고급 식당가에 진출하면서 진화했다.

세계적으로 K-푸드의 인기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바로 멕시코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타코(Taco)다. 서울 성수동, 을지로, 용산 등 도심이나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에는 어김없이 타코 레스토랑이 있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어느 도시를 가나 타코를 파는 곳이 부쩍 늘었다.

지난 2017년 미국 CNN에서 독자 투표를 통해 발표한 ‘세계 최고의 음식 50(world’s best foods 50)’ 리스트에 타코가 27위를 차지한 바 있다. 참고로 한식은 불고기 23위, 비빔밥 40위, 갈비 41위 등이었다. 발표 순위와는 별개로 세계 주요 도시에서 타케리아(Taqueria, 타코 전문식당)들은 여전한 인기다. 타코는 멕시코인들이 거의 일상식으로 먹던 음식이다. 옥수수 가루(혹은 밀가루)로 부친 얇은 전병인 토르티야(tortilla)에 각종 고기, 해산물, 채소, 치즈, 살사(salsa), 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올려서 먹는 일종의 ‘밀쌈’이다. 게다가 길거리에서도 파는 ‘스트리트 푸드’다. 별 대단할 것도 없던 이게 요즘 그렇게도 인기를 끈단 얘기다.

이런 인기는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권의 입맛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만들기 까다로워도 안 된다. 누구나 쉽게 배워서 만들 수 있어야 공급이 세계적으로 확대된다. 재료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진출한 나라의 전통적 식재료와도 잘 어울려야 한다는 뜻. 마지막으로 매콤한 맛, 신선 채소 중심 등 트렌디한 식습관에 부합되면 더욱 좋다. 다행히도 타코는 이 같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21세기, 멕시코 시골에서 온 타코는 글로벌 스타 메뉴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타코는 우리네 ‘쌈’처럼 대부분의 재료를 얹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어떤 취향이나 신념도 자유롭게 토르티야 위에 올라갈 수 있다. 채소, 육식도 해물도 상관없다. 이런 타코의 자유로움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길거리 음식에서 출발하다 보니, 음식이 도회적 라이프 스타일과 딱 들어맞는다. 1970년대 미국 대도시에서 스트리트 푸드트럭으로 그 인지도를 퍼뜨렸던 메뉴다. 만들기에 편하고 간단히 먹기에도 좋으니 도시인들 사이에서 금세 퍼져 나갔다.

타코는 멕시코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자랐다. 특히 멕시코와 가까운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서남부 지역은 타코를 비롯한 멕시코 요리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이 지역에는 멕시코 이민자가 많았고 현지의 기후에도 입맛이 들어맞았다. 독일에서 케밥을 즐겨 먹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캘리포니아에선 캘리멕스(Cali-Mex), 텍사스에선 텍스멕스(Tex-Mex) 등의 이름으로 멕시칸 요리를 미국풍으로 재해석한 음식들이 일찌감치 인기를 모았다. 스페인계 이민자의 창의력(?)에 의해 멕시코 현지에도 없는 새로운 메뉴도 멕시칸으로 포함해 팔았다.

도시 길거리에서 행인을 상대로 팔던 타코 푸드트럭은 이후 타코벨 등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으로 확장하고 다시 정통 타케리아가 뉴욕과 나아가 유럽 고급 식당가에 진출하는 등 빠른 속도의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다. 미국엔 ‘타코의 화요일(Taco Tuesday)’이란 말이 있는데, 화요일에 타코를 먹는 것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닌 관습이다. 무려 20세기 초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요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칠리의 매콤한 맛도 큰 장점이다. 대체로 멕시칸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매운맛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다. 살사와 칠리 등 매콤한 소스가 타코에 더해지면서 21세기 입맛을 장악했다. 우리나라의 불닭 소스처럼 화끈한 맛을 추구하는 젊은 미국인들이 다시 타코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타코의 저변이 이처럼 넓다 보니 엄청나게 다양한 타코가 생겨났다. 원리는 같지만 지역마다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멕시코에선 보통 튀기지 않은 토르티야를 쓴다. 말캉하게 구워낸 토르티야는 마야 시대부터 먹어오던 멕시코인들의 주식. 원래는 생선을 많이 썼다지만 요즘은 소, 닭, 돼지 등 육류가 주된 재료다. 여기다 과카몰리(으깬 아보카도), 살사, 다진 양파, 실란트로(고수) 등을 올려서 먹는다. 생선 등 해산물이나 염소 치즈나 팥(레드빈), 볶은 쌀, 할라피뇨(푸른 고추), 하바네로(매운 고추) 등 현지 식재료를 즐겨 쓰는 것도 특징이다. 신맛도 선호하는 까닭에 라임이나 레몬을 흠뻑 뿌려 먹는다.

미국에선 하드셸이라고 부르는 튀긴 토르티야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바로 만들어서 먹으니 사워크림이나 소스를 넣어도 바삭함이 유지된다. 손에 들고 먹기에 좋도록 U자 모양으로 튀긴 것은 푸드트럭에서 유래했기 때문이고, 올리브와 토마토, 바질 등을 쓰는 것은 이탈리안 요리법이 섞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세계적 패스트푸드인 타코벨에서 이 같은 메뉴를 유행시켰는데 타코벨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미국식 타코라도 지역별로 다르다. 텍사스에선 고명을 듬뿍 올린 피자처럼 즐기고 캘리포니아에선 좀 더 가볍게 먹는다.

여느 외국인들이 특정 나라의 음식을 볼 때 모두 비슷비슷해 보이듯, 우리도 타코와 다른 멕시칸 요리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자면 각각의 차이가 많다. 나초(nachos)는 토르티야를 굽거나 튀긴 것(tortilla chips)에 치즈와 과카몰리, 살사 등을 얹어 먹는 요리다. 칩 자체는 토스타다(tostada)라 한다. 그러니 나초를 단지 멕시코 과자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간단하지만 엄연한 요리에 속한다.

케사디야(quesadilla)는 토르티야에 치즈를 넣고 반으로 접어 구워낸 것이다. 소고기를 넣기도 하는데 치즈가 주재료다. 어원도 치즈(queso)와 빵(ada)이다. 미국 푸드트럭에서 인기 메뉴인 부리토(burritos)는 토르티야에 과카몰리와 쌀, 고기, 채소 등을 넣고 둘둘 말아낸 랩(wrap)이다. 한 손으로 들고 먹기에 좋아 스트리트 푸드로 잘 팔린다.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부리토를 아침 해장감으로 먹는 미국인들도 있다.

이외에도 부리토를 튀겨낸 치미창가, 토르티야 말이인 타키토와 엔칠라다 등, 외국인 입장에선 타코의 변형 격인 요리들이 아주 많다. 토르티야를 쓴다는 것만큼은 공통점이다. 고기볶음이나 구운 새우, 튀김 등 다른 요리들도 많은데 결국 막상 먹을 때 타코처럼 토르티야에 싸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타코는 메뉴 이름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쌈처럼 식문화에 가깝다.

타코 카르네 아사다는 소고기 스테이크 쌈, 타코 알 파스토르는 돼지구이 쌈, 타코 데 감바스는 볶음 새우 쌈, 타코 데 알람브레는 치즈 고기 쌈, 타코 바르바코아는 바비큐 쌈이라 생각하면 된다. 대신 토르티야를 쓰는 까닭에 중국 베이징덕처럼 ‘밀전병 쌈’이고 쌈장은 공통적으로 살사를 쓴다. 그러니 갖은 고기와 해물, 채소 등을 푸짐하게 차려 내는 파히타(fajita)는 그냥 타코를 알아서 싸 먹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타코가 우리나라에서 지금처럼 유행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이태원, 평택, 파주, 동두천 등 미군 부대 인근에선 예전부터 타코를 파는 가게가 많았다. 한국인보다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병사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음식으로 꽤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그러다 요즘 젊은층이 타코에 열광하기 시작하면서 이젠 멕시칸 푸드가 가장 ‘핫’한 외국 음식으로 꼽힌다. 고추와 마늘, 양파의 매운맛이 우리 입맛과도 잘 맞고 다른 외국 요리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아 특별한 미각 체험을 위해 타코 레스토랑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기와 채소 비중이 높고 탄수화물이 그나마 적게 들어가는 통에 가장 ‘트렌디’한 음식으로 꼽힌다. 다만 치즈와 소스 등을 포함하면 칼로리는 높은 편이다.

모든 재료를 쓰기에 드넓은 포용력을 가진 덕에 타코는 단박에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국내에선 현지 정통보다는 미국식 타코를 많이 취급하지만 반대로 미국에선 한식이 결합된 메뉴가 잘 팔린다. 불고기 타코나 김치 타코는 워낙 유명해져서 아예 한국인이 운영하는 타코 푸드트럭(Korean taco truck)이 등장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음식 메뉴의 반열에 오른 타코, 간편하게 화끈한 맛을 누릴 수 있는 타코로 급격히 식어가는 한반도의 동장군을 살짝 피해갈 수 있을 듯하다. 그야말로 ‘핫’하니까.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먹을까

◇낙원타코 = 정통 멕시코식 카르니타스 타코를 맛볼 수 있는 곳. 잘게 찢은 고기와 채소, 치즈를 올려내 라임을 뿌려 먹는다. 부드러운 토르티야 위에서 한입에 어우러지는 여러 재료를 통합 지휘하는 것은 토마토 살사. 맵거나 신맛이 강하지 않아 담백한 맛을 원한다면 이 메뉴를 추천. 플래터에 한가득 차려 내는 고기와 해산물, 채소를 든든히 즐기고 싶다면 ‘낙원파히타’를 선택하면 된다.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3길 7. 2층.

◇바토스 이태원점 = 세계 음식의 ‘유엔본부’라 할 수 있는 이태원 정통 타코집으로 오랜 시간 영업해온 집. 다양한 멕시칸 푸드를 팔아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다. 부리토, 케사디야 등도 있고 타코는 칠리 라임 시림프, 치킨 치미추리, 카르네 아사다 등을 낸다. 김치 카르니타스 프라이즈도 인기 메뉴다. 이태원 ‘원조집’답게 칵테일과 맥주 등 멕시코와 미국식 주류도 판매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15길 1. 2층.

◇JS텍사스 바 = 상호에서 연상할 수 있듯 텍스멕스 푸드를 파는 술집. 원래부터 서울 무교동에서 세계 맥주를 팔던 집으로 유명했다. 요즘은 상호에 부합하게 텍사스식 소시지 바비큐 등과 함께 타코, 케사디야, 파히타 등을 준비했다. 레스토랑이기보다는 멕시칸 안주로 식사 겸 맥주를 마시는 집이다. 2차로 찾는다면 칠리 치즈 프라이 등도 있다. 청계천을 바라보며 한잔 즐길 수 있는 야외 테이블도 있다. 서울 중구 무교로 32 효령빌딩.

◇올디스 타코 = 오늘의 ‘힙지로’ 명성을 있게 만든 곳. 일찌감치 터를 잡고 당시 생소했던 타코를 서울 원도심으로 가져왔다. 가게 밖으로 향한 철판에서 직접 구워내는 미국식 타코를 선보인다. 차돌양지를 굽거나 삶아서 아보카도, 화이트, 살사 등 소스와 함께 올려준다. 오키나와식 타코 라이스도 있고 술과 음료도 판매한다. 나초 위에 고기와 채소, 치즈를 잔뜩 올려주는 ‘메가 밤 스낵’도 인기 매뉴. 서울 중구 충무로4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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