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 '무능력' 최악 리더십으로 꼽은 국민들…"'대통령 단임제' 끝내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독단적이지 않고 유능하며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리더십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소추 등으로 이어지는 혼란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머니투데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69세 미만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59.0%가 '민주주의적 리더십'이라고 응답했다. 비상계엄 사태 등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국민적 열망이 높아졌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변혁적 리더십'(22.4%)과 '카리스마적 리더십'(13.1%)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았다. 이는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국가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반면 '관료적 리더십'(1.2%)과 '권위주의적 리더십'(0.9%)에 대한 지지는 매우 낮았다.
국민들이 꼽은 최악의 리더십 1위는 '독단적 모습'(35.6%)이었다. 2위는 '무능력'(33.8%)으로,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역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무책임'(20.3%), '우유부단함'(6.3%), '부정적 태도'(4.0%)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책임감 있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가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의 조건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 국민들은 독단적이지 않으면서도 유능한, 그리고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리더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위기 관리를 넘어, 새로운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지지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우리 국민들이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균형 잡힌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경제인 중 함께 일해보고 싶은 리더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라고 응답한 비율이 34.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28.1%,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20.9%,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7.3%, 최종건 SK 창업주 2.1%, 기타 7.0%로 집계됐다.
유일한 창업주를 선택한 이유로 응답자의 47.7%는 소통능력을 꼽았다. 이어 비전 26.9%, 통찰력 17.9%, 결단력 4.3%, 추진력 3.2% 순이었다. 정주영 창업주를 선택한 이유로 추진력을 꼽은 비율이 45.9%로 가장 높았고 이어 통찰력 20.3%, 결단력 17.4%, 비전 8.5%, 소통능력 7.8% 순이었다. 이병철 창업주와 최종건 창업주의 경우 '비전'을 꼽은 응답자 비율이 각각 31.6%, 28.6%로 가장 높았다. 구인회 창업주는 '소통능력'이라고 답한 비율이 41.1%에 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4년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웹서베이(web survey)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계엄과 탄핵 정국의 또다른 피해자는 기업이다. 대외신인도 하락과 고환율에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기업의 활동을 제약한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의 힘'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69세 미만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치적 불안정성(37.0%)'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과도한 규제'(28.8%), '노동시장의 경직성'(21.9%) 순으로 나타났다.
◆ 기업 활동의 장애물 1위는 '정치적 불안정성'
이번 설문조사는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대한민국이 회복의 시간을 보낼 때 기업에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지,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기업 활동의 장애물로 '정치적 불안정성'을 꼽은 비율이 높게 나타난 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도 커진 탓이다. 특히 60대(42.2%), 50대(42.2%), 40대(38.7%)가 '정치적 불안정성'을 큰 장애물로 인식했다.
실제 계엄·탄핵 정국에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12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대비 4.5포인트 하락한 87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심리지표인 CBSI는 100보다 클 경우 경제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을 경우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과도한 규제'를 우려한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컸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기업들의 눈높이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일반 국민들 역시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를 보여주듯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31.2%)고 응답한 비율이 '그렇다'(24.7%)고 응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44.1%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념 성향별로 보수층(47.4%)과 진보층(21.3%)이 엇갈렸다.
◆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대한민국 회복 과정에서 기업들이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보냈다.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률이 3.4%에 그친 반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78.5%로 집계됐다. 특히 60대(87.9%), 50대(78.4%), 40대(77.5%) 등 연령대가 높을수록 기업들의 역할에 기대를 드러냈다.
기업들도 단순한 회복을 넘어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22일 116개국 주한 외국대사를 대상으로 "최근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높은 회복탄력성과 안정적인 시장 경제시스템을 바탕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갖는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1.4%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중요하다'가 50.3%, '매우 중요하다'가 41.1%다. 기업의 중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1.0%에 그쳤다.
기업의 중요성 역시 응답자의 연령이 많을수록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이 중요하다고 답한 60대(96.1%), 50대(93.1%)의 비율은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91.7%)과 진보층(94.5%) 상관 없이 모두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기업의 중요성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가 엇갈리지 않는 모습이다.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경제적 가치 창출'(39.0%), '고용 창출'(25.5%), '윤리 경영'(18.4%), '사회 공헌'(8.8%), '공동체 의식'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4년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웹서베이(web survey)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국민 대다수가 현행 대통령제의 개편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4년 중임제'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대통령의 권한을 적절히 제어하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국민들이 희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머니투데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69세 미만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정치 체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제 자체(4년 중임 대통령제, 현행 5년 단임제, 이원집정부제 등)에 대한 높은 선호(77.5%)를 보였다. 대통령제의 근본적인 틀은 유지하되 그 운영 방식의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4년 중임 대통령제'다. 응답자의 39.2%가 4년 중임제를 선호했다. 이는 대통령에게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하고 싶어 하는 국민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중임제는 대통령에게 재선의 기회를 줌으로써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들은 이를 통해 대통령이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첫 임기 중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선호도도 21.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 권한의 문제점이 부각된 것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국민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선출된 뒤 권력을 분점하는 정치 체제다. 대통령은 외교 및 국방을 담당하고, 총리는 내치를 관장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담함으로써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 간의 갈등 가능성과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비율은 16.5%에 그쳤다. 현행 단임제는 특정 정치인의 장기 집권을 방지하고 정치세력 간 정권 교체를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짧은 임기로 인한 국정 운영의 연속성 부족과 책임 정치의 어려움이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대통령 입장에선 재선이란 동기가 없어 민심에 상대적으로 덜 연연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러한 단점들이 국민들에게 강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주도하는 의원내각제의 경우 선호도가 4.6%에 불과했다. 이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귀하가 가장 신뢰하는 집단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국회'라고 답한 응답한 비율은 4.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선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을 선호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27.9%로 가장 높았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정치 세력의 의회 진출을 통한 다당제를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역 대표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26.0%의 지지를 받았다.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지역 대표성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의 경우 14.9%가 선호한다고 답했다. 국민의 의사를 가장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 대표성 악화 및 군소정당 난립 우려 등의 단점이 지적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41%가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친구나 가족 간 관계가 악화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이러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60대의 경우 5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정치 소식 접촉 경로별로 분석해 보면 카카오톡 등 메신저(64.3%)나 지인(64.9%)을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한 관계 악화를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코 챔버 효과'(정보나 의견이 특정 그룹 내에서 반복적으로 순환하며 강화되는 현상)로 인해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의견만을 접하다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마주쳤을 때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어가는 성숙한 정치 문화의 정착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정치 소식을 접하는 주요 경로로는 공중파 방송(34.7%)과 인터넷 포털 및 커뮤니티(24.5%)가 가장 많았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의 비중도 18.0%에 달해 정보 획득 경로가 다변화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4년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웹서베이(web survey)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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