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초광역권 정책에서 희망을 생각한다

수년 전부터 논의돼 온 초광역권 정책이 드디어 실천의 단계에 올라와 있다. 특히 지난달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이 전국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출범시키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 것인가 기대가 크다. 초광역권은 여러 의미로 통하나 최근에는 두 개 이상의 광역시·도가 협력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하는 광역 간 네트워크를 뜻하고 있다. 현재 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이 초광역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현 형태와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고 아직 논의 중이지만 기존 17개 시·도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가 인구감소·지역소멸 시대의 대안이 될 것인가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초광역권 정책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여러 지자체 인구를 하나로 묶어 더 큰 경제활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4년 부산시 인구는 330만 명으로 사실상 하나의 서울을 형성하는 수도권 2600만 명의 12.6%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산, 울산, 경남을 합하면 760만 명으로 수도권 인구의 29.2%까지 따라붙는다. 인구가 더 줄어들기 전에 미래 교통과 통신 인프라에 집중 투자해 인구 760만 명이 하나의 도시에 사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다면 더욱 질 좋은 일자리와 다양한 서비스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초광역권 정책은 이런 효과를 통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초광역 도시권의 형성을 꾀한다.
그 실행은 주로 교통 인프라의 확충과 제도적 지원으로 이뤄지는데, 초광역 내 이동성을 높여 관계 인구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는 정주 인구에 대비해 관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활동하는 인구를 말한다. 관계 인구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 매력의 많은 부분이 생활의 다양성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전의 미술관에 천안 주민이 쉽게 자주 가고, 천안의 미술관에 대전 주민이 쉽게 자주 갈 수 있으면 두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두 미술관의 전시도 활발해져 더욱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통체증 발생빈도가 낮아야 하며, 전기차 충전 지원이나 대중교통 요금조정 등 초광역 내 지역 간 이동비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필요하다.
지역 산업의 자립적 생태계 구축도 초광역권 정책의 중요한 목표이자 그 기회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인구 유입의 필수조건이지만 지역 내 생태계 구축이 미진하면 오히려 유출의 통로가 된다. 지역에서 쌓은 커리어가 서울의 더 좋은 일자리로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초광역의 규모에서는 산업 분야별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고 최상급 커리어 단계의 일자리 형성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충청 초광역권은 대전, 논산, 계룡, 청주 등에 국방산업 특성화를 위한 요소들을 대부분 갖추고 있어 지금도 수도권 국방기술 인력이 경력을 쌓아 대전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그 외 지역에너지의 활용과 대기·수 환경 관리, 산업자원의 공유도 초광역 협력 정책이 줄 수 있는 중요한 혜택이다.
물론 희망 외에 우려되는 점들도 있다. 우선 초광역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시도는 자칫 상대적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초광역 구성 지자체들이 상호 합의된 광역교통계획이나 산업계획을 제시하면 정부의 지원이 집중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초광역권의 구성 방법도 경제동맹, 연합지자체, 행정통합 등 크게 달라 추진 성패와 성과에 따라 초광역권간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또 초광역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권한 등은 정부 부처와 초광역 특별지자체, 그리고 초광역 구성 지자체들 간의 조정이 필요해 단순 교통인프라 확충 이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매우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초광역권 정책은 1980년대 정착한 시·도 체계이후 반세기, 1995년 지방자치 도입과 광역시 전환부터는 30년 만에 시도되는 큰 변화이다. 또 지자체 스스로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행정구역 통폐합 선례들과도 차별된다. 이러한 변화가 심각한 소멸 위기에서 지역을 구원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임재빈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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