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벽두에 꿈꾸는 '보편적 노화 퇴치'의 미래 [이환석의 알쓸유이]
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재생 의학-유도 만능 줄기 세포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한 WHO
'야마나카 인자'의 강력한 능력
근미래에 노화극복 가능할수도
한영애 가수의 '조율'이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다. 요즘처럼 사회적 혼란이 극심할 때마다 노랫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생명체는 크기가 작든 크든, 단세포 생물이든 다세포 생물이든, 각자 나름대로 정해진 틀 안에서 구성 요소 특히 유전자들의 활동이 조화를 이루어야 본연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다. 조화가 무너졌을 때 우리는 그 상태를 질병이라고 부른다. 그 원인이 물리적 충격이든 화학적 접촉이든 생물학적 감염이든 아니면 자기 내부에서 발생한 자체 요인이든 정상인 상태와 질병인 상태는 유전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노화 현상을 질병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질병코드까지 지정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소위 '생로병사'로 불러온 4가지 고통이 '사느냐, 죽느냐' 혹은 '정상 상태'인가 아니면 '질병 상태' 인가의 두 가지 기준으로 압축된 셈이다. '데드맨' 이라는 영화에는 '사는 게 힘드냐, 죽는 게 힘드냐'는 명대사가 나오는데, 결국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 사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사정에 따라서는 사는 것도 고통이고 소위 정상인 상태도 고통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기를 더 원하고 정상인 상태를 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늙은 신체보다는 빛나던 청춘의 모습을 되찾고 싶고, 질병에 걸리기 이전의 정상 상태를 되찾고 싶은 바람은 예전에는 단지 망상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중학교 시절 그런 일을 꿈꾸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학생을 과학자로 키우려는 건 시간 낭비'라는 빈축을 샀던 과학자(존 거든)가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야마나카 인자'라는 유전자 조합을 발견한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노벨상을 함께 받으면서 노화와의 대결은 더 이상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특히 야마나카 교수 연구진이 발견한 야마나카 인자는 분화가 끝난 성인의 체세포를 마치 수정란시절로 되돌린 것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줄기 세포' 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발달생물학과 재생 의학 분야가 혁신적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야마나카 인자는 영어 약자로 OSKM 이라고도 부르는데 OCT4, SOX2, KLF4, MYC 이라는 4가지 유전자들의 첫 글자들로 만든 이름이다. 오징어 게임의 약어인가 싶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라 기억하기도 쉬운데, 그 생물학적 능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신체 내 모든 세포를 그야말로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위 '전능'함은 오로지 수정란 만이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OSKM으로 유도된 ‘유도 만능 줄기세포’는 거의 동등한 능력을 보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아직 한계는 있다. 그 효율이 아직 높지 않고, 유도 인자 중에 MYC 같은 종양 관련 유전자가 포함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특정세포나 조직 또는 기관으로 분화시키는 정밀한 방법들 및 해당 유전자들과 그 조합의 장기적 영향 등도 계속 연구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OSKM 혹은 이와 유사한 OSNL 같은 인자들을 활용한 재생의학이 다양한 임상시험을 거듭하며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40대 후반의 미국 IT 기업가 출신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5년 전부터 자기 신체를 회춘시키기 위해 매년 약 30억원을 들여서 혈장 교환술 등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아직 거부들에게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인류가 생각보다 빨리 노화라는 질병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벽두에 평범한 보통 사람도 재생의학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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