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구상 시기·구체적 체포 지시 내용 등…‘100쪽 이상’ 묻는다
국회 기능 마비 지휘·비상 입법기구 창설 시도 등 확인 방침
총체적 사태 파악 통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입증 계획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윤석열 대통령 신병 확보를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할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수처는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지목된 윤 대통령을 조사할 내용을 정리한 질문지를 이미 작성한 상태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최초로 출석을 요구한 지난달 16일 이전부터 질문지를 작성해뒀다. 이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와 검찰·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기록을 토대로 질문지를 계속 보강 중이다. 질문지는 100쪽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비상계엄 구상 시기부터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정치인 체포 지시, 2차 계엄 선포 검토까지 캐물으며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게 할 질문 중에선 비상계엄 ‘실행’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수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군·경찰 지휘부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라거나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다수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고 실제 체포조가 운영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경고성 계엄’이었고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 ‘국회를 해산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주장과 배치된다.
공수처는 이런 수사 내용만으로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윤 대통령이 ‘국회 기능 마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지휘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윤 대통령이 체포 대상자를 직접 선정한 것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 재차 계엄을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국회를 무력화한 후 비상입법기구를 새로 창설하려 한 정황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 내용이 윤 대통령의 ‘경고성 계엄’ 주장을 허무는 주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공수처는 선관위 직원 체포와 선관위 서버 반출 계획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관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질문 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이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등 전현직 군 고위 인사들을 사실상 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윤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심이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경유하거나 건너뛰고 노 전 사령관과 교감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처음 구상한 시점과 본격적으로 준비한 시점에도 주목한다. 앞서 검찰은 윤 대통령이 늦어도 지난해 3월부터 김 전 장관 등과 계엄을 논의했고, 11월부터는 실질적인 준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경호처장이던 김 전 장관을 장관으로 전격 임명한 것도 계엄 선포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의심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북한 도발을 유도해 계엄 조건을 만들려 했다는 의혹에 관여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북한 도발 유도설과 연관된 ‘오물 풍선’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이 적혀 있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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