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같던 '안마의자' 왜 안보이지"…바디프랜드, 돌변한 사연

민지혜 2025. 1. 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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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든 맞수의 존재는 변화를 자극하는 원동력이 된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 혁신의 싹이 트고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안마의자 시장 '톱2'로 꼽히는 바디프랜드와 세라젬이 상대 기업의 주력 제품을 빼닮은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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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열전
세라젬-바디프랜드
"경쟁사 충성고객 잡아야 내가 산다"
상대 제품 모방한 신제품 출시
마사지 소파 내놓은 바디프랜드
세라젬은 안마의자 라인 강화
시장 포화 돌파 위한 고육책
사진=바디프랜드

어느 분야에서든 맞수의 존재는 변화를 자극하는 원동력이 된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 혁신의 싹이 트고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혁신의 속성 중 하나는 파생력이다. 작은 혁신 불꽃은 산업 생태계 전체의 후속·모방 투자를 자극해 또 다른 혁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업종별 1·2위 경쟁을 조명하고 각 사의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들여다본다.
 



안마의자 시장 ‘톱2’로 꼽히는 바디프랜드와 세라젬이 상대 기업의 주력 제품을 빼닮은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안마의자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돌파구다. 경쟁사 충성고객의 구매를 유인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승부수로 분석된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건 바디프랜드다. 지난달 가구 브랜드 ‘파밀레’를 론칭하며 디자인을 강조한 1인용 마사지 소파를 내놨다. 로봇 테크놀로지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투박한 안마의자를 선보이던 기존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경쟁사인 세라젬의 마사지 소파 파우제가 2020년 출시 이후 총 9만5000여 대 팔리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착안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마사지 소파를 개발한 것이다.

바디프랜드의 선공에 세라젬은 ‘파우제 M8’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해 4월 ‘파우제 M6’를 선보인 지 8개월 만에 서둘러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M8은 기존 파우제와 달리 발끝까지 전신 안마 기능을 갖췄고 지압 효과를 강화했다. 종아리 부분까지 마사지 기능이 들어갔고 디자인이 전통적인 안마의자에 가깝게 설계됐다. 바디프랜드의 로봇 테크놀로지 제품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파우제 시리즈는 짧으면 1년, 길면 1년6개월가량의 간격을 두고 신제품이 나왔는데 한 해에 두 개 제품을 출시한 건 작년이 처음이다.

안마의자업계 관계자는 “안마의자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시장에서 신규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가구 회사든 경쟁사든 기존 시장의 소비자를 빼앗아 오지 않는 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상대 기업의 주력제품 기능을 베낀 신제품을 내놓은 데는 실적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바디프랜드 매출은 2021년 6110억원을 정점으로 2022년 5436억원, 2023년 4196억원으로 줄었다. 기존 제품군으론 더 이상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세라젬도 마찬가지다. 1999년 의료기기 안마베드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20년 매출 3002억원에서 이듬해 66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이때 1위였던 바디프랜드를 꺾고 업계 1위에 올랐다. 2022년 매출이 최대치인 7501억원까지 늘었다가 2023년 58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두 회사의 마케팅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라젬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안마베드 2대를 사면 파우제 1대를 증정하는 ‘2+1 이벤트’를 기획했다. 바디프랜드가 명절 때마다 진행한 마케팅 프로모션과 비슷한 방식이다. 바디프랜드는 세라젬의 파우제 시리즈와 기존 가구 시장의 소비자를 포섭하려는 전략을 짰다. 올 상반기 ‘파밀레’ 브랜드를 단 다인용 소파, 침대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올 한 해 파밀레 브랜드로만 1000억원 이상의 매출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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