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슬 감독 “AI는 ‘혁신의 도구’…예술의 주체는 결국 인간”

조유빈 기자 2025. 1. 1. 09: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
“AI 콘텐츠의 저작권 인정하는 세계적 흐름 올 것”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무성 영화에서 '소리'가 있는 유성 영화의 시대가 왔고, 흑백에서 컬러의 시대로 전환되며 '색깔'이 생겼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기술'이 진보했고, 극장에서 OTT로 '플랫폼'도 바뀌었다. 수많은 변곡점을 지나며 영화가 발전했듯, AI는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어버린 AI를 창작의 영역에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선두 주자. 급격하게 진화하는 AI를 파트너로 삼아 영화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권한슬 감독이다.

스스로 AI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초입에 선 그는 무료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5일 만에 만든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두바이 국제AI영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12월 부산국제AI영화제(BIAIF)에서는 AI 기술을 집약시킨 뮤지컬 영화 《멸망의 시》로 'AI 기술 진보상'을 받았다. AI영화 시장의 개척자는 친절한 안내자 역할도 자처한다. 그가 이끄는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은 현존하는 모든 AI 서비스를 정리해 소개하는 아카이브인 'AI카이브'를 운영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권 감독은 AI가 '혁신의 도구'라 말한다. 그는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지만 봉준호‧박찬욱 감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AI라는 도구를 갖고 있더라도 연출력과 기획력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AI 콘텐츠의 저작권을 인정받게 될 시기도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AI 콘텐츠의 창작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받는 순간 저작권도 등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11일 서울 서초구 AI허브에서 권 감독을 만나 AI영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구도형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부대표, 설한울 연구소장도 인터뷰에 함께 참여했다.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멸망의 시》가 보여준 기술력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AI 영화를 만드는 시도를 넘어 AI카이브까지 운영하게 된 배경은.

권한슬 감독(이하 권) "지난해 8월 《원 모어 펌킨》을 내놓을 당시만 해도 AI 비디오 기술은 GIF '움짤' 같은 조악한 수준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저는 기술적 진보가 빨라지면서 상용화할 수 있는 퀄리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AI 원천 기술을 보유한 스태빌리티AI 이사회에 합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국내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을 따라갈 수 있는 정보 공유 플랫폼도 필요했다. 국내 AI 콘텐츠 시장을 개척했다는 의무감과 사명감, 산업을 리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AI카이브를 론칭하게 됐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AI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나.

"두 가지 분야다. 하나는 AI 필름 메이킹. 순수 AI만으로 단편 영화를 만드는 시장이다. BIAIF에서 수상한 《멸망의 시》, 최근 극장 개봉한 《나야 문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DO YOU REALLY KNOW HER(두유 리얼리 노우 허)》 등이 있다. 《원 모어 펌킨》을 기점으로 AI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국내에서도 AI 영화제가 연이어 열리면서 시장이 개척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기존 실사 촬영에 더해 효율적으로 AI를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AI가 CG를 대체하는 것으로, 영화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비 문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 및 괸공서들과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나 비용 절감 효과는 얼마나 되나.

"콘셉트에 따라 다르지만 AI로 영화를 만들면 통상적으로 80% 이상의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멸망의 시》는 저를 포함해 5명이 2~3주 동안 만들었다. TV CF도 만들고 있는데, 최고의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기간을 더 오래 잡기도 한다."

AI의 '한계'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어떤 단점이 있나. 대부분의 AI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의 단편 영화가 대부분이다.

"장편 영화를 제작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AI의 특성이 보인다. 장편영화는 몰입도가 중요하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퀄리티로 업그레이드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는 조작성과 퀄리티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실사 촬영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구도형 부대표(이하 구) "AI는 조금만 바꾸고 싶은데 쉽게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 매니징' 부분에서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다. AI가 알아서 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인간의 구상대로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 기술 개발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비용적으로 절감되고,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시안을 내놓기 때문에 이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설한울 연구소장(이하 설) "지금 AI영화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미국에 있다. 작품에서도 외국인이 많이 등장하고, 배경이나 사물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닌 경향이 있다. 이런 쪽을 극복해 한국에서 인공지능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한국적인 모습의 AI 영상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

왼쪽부터 설한울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연구소장, 권한슬 대표, 구도형 부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오픈AI가 최근 동영상 생성 모델 '소라'를 공식 출시했다. 산업적으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보나. 동영상 소프트웨어 전통 강자인 어도비 등의 위기설도 떠오른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도비 역시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공개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오히려 AI를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가치를 올릴 것이라고 본다. AI 기술 때문에 떨고 있는 쪽은 VFX(visual effect․시각 효과)업계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VFX를 AI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융복합되면서 작업을 효율화 시켜주는 양상이 될 것이다. AI가 기존의 것들을 다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을 더 확장시키고 효율화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 "소라 출시로 기술 혁신이 더 일어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현재 쓰고 있는 AI동영상 기술도 이미 소라의 80~90% 정도를 수행하고 있다. 경쟁은 이미 촉발됐고, 기술이 대중에게 오픈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라의 출시로 서비스 쪽 경쟁은 심화될 수 있을 거라 본다."

AI가 일부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나. 창작자가 아닌 도구의 영역으로 AI의 역할을 한정하는 이유가 있나.

"작업의 주체는 인간이다. AI가 도구가 아닌 창작자가 된다면 '자동화'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 공장에서 찍어낸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AI를 이용해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작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 본다."

"우리는 AI를 도구로 바라본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도, AI가 내놓은 시안을 선택하는 것도 인간이다. 결국 어떤 명령을 내리고, 의사 결정을 하는 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다. AI의 성능이 이만큼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결 구도를 보여주는 예시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이 수준의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다. 같은 칼이라도 셰프가 다루는 것과 일반인이 다루는 방법은 다르다. CG나 콘텐츠업계에 계신 분들이 AI를 활용한다면 그 창작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AI아티스트'라는 직업도 양성하면서 기술적 부분과 창작적 부분을 함께 가지고 가려고 한다."

"아티스트들이 요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저는 칼을 만드는 사람이다. 날카로운 칼을 만드는 연구 과정은 아티스트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일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기술을 개발한다. 큰 모델을 직접 개발하긴 어렵겠지만 거대 모델이 못하는 이슈 마켓이 있을 것이고, 그런 쪽으로 저희 기술력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설한울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연구소장 ⓒ시사저널 최준필

그렇다면 모두가 AI라는 같은 도구를 쥐는 셈인데, 차별화가 가능한가.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맥락에서 접근한다면 동일한 조건이겠지만, 퀄리티 차이가 분명히 있다. AI를 이용해 일러스트를 만들 때, 일러스트 전문가와 일반인의 결과물은 큰 차이를 보인다. 영상 콘텐츠의 차이는 더 크다. 카메라가 보편화되고, 영상 편집이 쉬워지면서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지만 모두가 봉준호‧박찬욱 감독이 될 수는 없지 않나. 연출력과 기획력, 색깔에서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전문성, 자체 기술, 커뮤니티 모두가 경쟁력이다. 우리가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자체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이유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딥테크 탭스(신사업 분야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저와 권 대표님은 영화과 출신이다. 독립영화, 단편영화, 광고업계, CG회사 등의 경험도 있다. 기존보다 AI가 잘하는 영역에 포커스를 두고,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접근한다. 굳이 실사 촬영으로 찍어도 되는 로맨스물을 AI로 찍을 필요는 없다. 실사나 CG로 하기 어려운 것을 기획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비디오 폴리'란 기술이 있다. 발소리 등 효과음을 자동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는 이를 발전시켜 모든 종류의 효과음을 만들 수 있는 AI 기술에 대해 특허 출원을 해놓은 상태로, 실험 단계가 남아 있다."

"기술적으로 메울 수 있는 부분을 고도화하는 쪽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각적 기술은 진보했는데 오디오는 그렇지 못했다. 청각적인 것을 수작업하는 작업을 보완하고자 기술을 개발했고, 최근 딥테크 팁스 선정도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기술을 인정받아 선정된 것이다. 인공지능은 '만사 OK' 기술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창작자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잘하지 못하는 한국적인 부분, 효과음 생성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외국 감독 중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국내 감독 중에서는 시각특수효과 기업 덱스터스튜디오를 세운 김용화 감독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구도형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부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현재는 AI 콘텐츠 자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창작의 주체가 '자연인'이 아니라는 점 때문인데, AI를 도구가 아니라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멸망의 시》나 《원 모어 펌킨》은 '편집 저작물' 등록이 돼 있다. 앞으로도 계속 등록할 예정이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도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면 콘텐츠 자체의 저작권을 일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 생각해, 선례를 남기는 차원에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 AI를 쓰더라도 창작의 주체는 인간이고, 인간이 AI를 도구삼아 노력을 통해 창작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받는 순간 저작권도 인정될 것이다. 머지않아 법이 제정되고 바뀔 것이라 본다. 세계적인 흐름은 거부할 수 없다."

최근에는 CJ ENM 등 콘텐츠 기업에서도 AI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나.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고 발맞춰 움직인다는 것은 이 시장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모전을 통해 만들어진 AI 영화《나야 문희》는 12월24일부터 CGV에서 정식 개봉했다."

"대기업들도 AI 콘텐츠 관련 산업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그것을 기준으로 파이프라인을 만들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시도해보고, 시스템도 만들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원래 실사 영화나 VFX에는 수십 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AI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혁신이고, AI는 기존 방식과 다른 방법론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볼 수 있다. 《나야 문희》 개봉은 우리가 만든 AI가 작품이 극장에 걸리고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한 움직임이다."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

"AI의 창작은 머릿속에 있는 걸 구현해야 한다는 기존의 방법론에 따라 접근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AI는 완벽하게 조작되지 않는다. AI가 제시하는 수많은 시안을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우선이고, AI를 덧붙이는 등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AI 콘텐츠의 가능성은 한정하지 않을 것이다. 순수 AI 영화뿐 아니라 AI를 CG로 대체하는 방향성까지 두 가지 트랙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콘텐츠 창작, 제작에서 강점을 보이는 나라다. K콘텐츠의 경쟁력이 입증된 상황에서, 어려운 콘텐츠 산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가 AI다.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콘텐츠를 구현해낼 수 있도록 AI산업이 확장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