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참사 르포] “사흘 만에 엄마의 이름이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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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가족은 앞으로 나오세요".
이번에도 김정애씨(가명)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딸 최영아씨(가명)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김씨의 이름이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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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시신 5구 뿐”이라는 경찰 설명에 유족들 오열하기도
2024년 마지막 날에도 신원 확인 안된 5구 시신…국과수 재검사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님 가족은 앞으로 나오세요". 이번에도 김정애씨(가명)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딸 최영아씨(가명)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사흘째 기다림이다. 한 명, 두 명, 세 명이 더 호명됐다. 그제야 김씨의 이름이 불렸다. "네, 여기 있어요, 여기." 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손을 들었다. 그가 애타게 기다린 건 어머니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이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째가 되던 날인 12월31일. 최씨는 시신이 안치된 격납고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 1번 게이트로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함께 이름이 불린 유족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한데 모인 세 자매는 얼싸안고 "우리 엄마 드디어 찾았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손주를 먼저 떠나보낸 한 할머니는 "나는, 나는 못 본다"며 끝내 걸음을 돌렸다.
유족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경찰 관계자가 "온전히 수습한 시신은 5구뿐"이라고 발표한 터다. 나머지 174명의 시신은 훼손됐다는 의미다. 관계자는 12월30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브리핑을 통해 "시신을 안 보신 분들께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분리된 부분이 많아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하다"며 "시신 조각이 600여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현장에선 "흐어어"라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 유족은 담배를 태웠다. 허공을 응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유족은 셔틀버스가 도착하기 한참 전임에도 밖으로 나와 기다렸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상관하지 않는 듯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탓에 패딩 하나 걸쳐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현장 관계자로부터 유족 확인을 받은 뒤 버스에 올라탔다.
아직 신원 확인 못한 5구 시신…2025년에는 만날 수 있을까
몇 시간 뒤 유족을 태운 버스가 돌아왔다. 눈은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고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모습이었다.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족이 머무는 임시 텐트로 돌아갔다. 뒤이어 텐트 안에서 울음소리가 하나둘씩 터져 나왔다. "이렇게 못 보낸다" "이제 어떻게 살라고"라는 탄식이 이어졌다.
한 유족은 "여성분들은 되도록 (시신을) 보면 안 된다. 정신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2명 이상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이 같은 과정을 매번 거쳐야 했다. 시신이 따로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에는 연말을 맞아 가족단위로 해외여행을 떠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참사가 발생한지 약 60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5구의 시신은 신원 확인을 못한 상태다.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서다. 이들은 DNA 분석으로도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이들에 대한 재검사·분석을 진행 중이다. 당국은 늦어도 다음 날(1월1일)까지 모든 시신에 대한 신원 확인이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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