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리 아내 정말 아팠겠다"… 희생자에게 마지막 인사 건넨 유족들

이유진 2024. 12.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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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모여 있는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안내방송으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이름이 불리자 유족들은 2층 1번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유족과 가족의 마지막을 확인하고 돌아온 유족이 교차할 땐 참사의 비극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시신 수습에 시간이 걸려 신원 확인이 가장 더뎠던 희생자 유족들은 격납고에서 돌아온 뒤 슬퍼할 기력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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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확인하고 돌아온 유족들 '통곡'
"이제는 보내줘야지"… 서로 위로도
179명 중 5명 아직 신원 확인 못 해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 발표에 오열하고 있다. 무안=강예진 기자

"김OO, 최OO…"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모여 있는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안내방송으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이름이 불리자 유족들은 2층 1번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신 확인을 위해선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40여 분을 달려 시신들이 임시로 안치된 공항 격납고로 가야 한다. 유족들의 심경은 복잡해 보였다. 목이 빠져라 이 순간을 기다렸지만 희생자 얼굴을 차마 마주할 자신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유족과 가족의 마지막을 확인하고 돌아온 유족이 교차할 땐 참사의 비극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날부터 이뤄진 시신 확인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179명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174명을 대상으로 전날부터 시신 확인 작업이 이뤄졌다. 나머지 5명의 신원은 아직도 확인되지 않았다.

격납고로 간 유족들이 시신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5분 남짓.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된 가족의 마지막 모습에 적잖은 유족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시신이 온전하게 수습된 희생자는 179명 중 5명뿐이다. 나머지는 사고 현장에서 606편(조각)으로 흩어진 채 발견됐다. 현장 검안 관계자는 "알아볼 수 있는 상태의 시신은 60% 정도"라며 "유전자 정보(DNA) 검사를 거쳐 모든 희생자 시신을 (온전히) 수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로 며느리를 잃었다는 오모(69)씨는 격납고 앞까지 갔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딸처럼 아꼈던 며느리를 혹시 몰라볼까 무서워 포기했다고 한다. 오씨는 "시신을 확인하고 온 아들이 '아내가 마지막에 많이 아팠겠다'고 오열했다"면서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많이 상했는데, 옆모습이 딱 우리 애(며느리)라서 겨우 알아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며느리를 잃은 오모씨가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생전 며느리가 보낸 마지막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유진 기자

며느리 정모씨는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 오씨는 "일 년에 두 번씩 온 가족이 여행을 가곤 했는데 매번 며느리가 싹싹하게 주도했고 시부모도 살갑게 챙겼다"며 "(모든 가족이) 다 똑같이 남아있는데 그 애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가늠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간 며느리와 주고받은 애정 어린 문자를 돌아보다 '며느리'라고 저장된 대화명을 한참 응시하던 오씨는 "식구로 지낸 10년 동안 이름 많이 불러줄걸"이라며 끝내 무너져 내렸다.

게이트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오자 기다리던 유족들도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동생 시신을 확인하려 대기하던 박모(63)씨는 "신원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게 어디냐"면서도 "형태를 전혀 못 알아볼 수준이라더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박씨는 "열심히 일해 어려운 형편을 딛고 일어난 자랑스러운 시동생"이라며 "출국 직전 '갓 태어난 송아지를 잘 봐달라' '금방 간다'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허망하게 떠났다"고 울먹였다.


"마침내 작별"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막막한 기다림 끝에 시신을 두 눈으로 확인한 유족들은 가족에게 힘겹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오씨는 "복덩이 같던 며느리가 갑자기 떠났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워 계속 부정해왔다"면서 "이제 우리 애인 걸 알았으니 추운 데(냉동 컨테이너)에 더 이상 두기 싫다.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한 40대 유족은 다른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가셨다"며 휴대폰을 붙들고 흐느꼈다. "많이 놀랐지" "괜찮아 이제 잘 보내드리자"며 가족끼리 위로하기도 했다. 시신 수습에 시간이 걸려 신원 확인이 가장 더뎠던 희생자 유족들은 격납고에서 돌아온 뒤 슬퍼할 기력도 없어 보였다. 넋이 나간 얼굴로 서로를 겨우 부축한 채 느릿느릿 구호 텐트로 들어갔다.

무안=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무안=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무안=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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