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정치인… 현장 공무원들 “의전탓 업무 지장”

이시영 기자 2024. 12. 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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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8시 50분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등장하자 유족 측에서 고성이 나왔다.

유족 최모(65) 씨는 "사고 수습이 제일 먼저인데 정치인이 오는 건 현장 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공무원들이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 행정력 낭비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의전에 급급하면서 유족 지원 업무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비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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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확인 브리핑 미뤄지는 등
정치인 잇단 방문에 혼란 가중
유족 “사진찍으러 왔나” 항의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참사 유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사망자 신원 확인 브리핑이 한 시간이나 미뤄졌는데, 이것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치인 이야기 들을 때인가요?”

31일 오전 8시 50분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등장하자 유족 측에서 고성이 나왔다. 이날 오전 8시 당국의 ‘사망자 신원확인 현황’에 대한 브리핑이 예정됐다 오전 9시로 미뤄진 상황에서 이 대표가 등장하자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이다. 이 대표의 방문은 지난 29일 이후 세 번째다. 유족 최모(65) 씨는 “사고 수습이 제일 먼저인데 정치인이 오는 건 현장 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공무원들이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 행정력 낭비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유가족도 “고생은 말단 공무원들이 하고 있는데 저들이 와서 악수하고 위로의 말 건네면서 사진 찍고 폼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현장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의전에 급급하면서 유족 지원 업무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비판에서다. 실제 현장 공무원들은 거듭된 정치인 방문에 ‘의전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공무원은 “유족들을 돕기 위해 비상 업무 체계를 구축했는데 정치인들이 오면 의전 때문에 앞뒤로 수 시간은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의전을 하려면 거기에 맞춰서 간부들이 동원되다 보니 모든 업무가 일시 정지된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무원도 “지방자치단체장만 움직여도 현장에 있는 인원들이 몇 명씩 따라붙어 안내를 해야 한다”며 “24시간 교대 근무 중인데 정치인들이 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0일에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유족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들은 유족들에게 애로사항을 물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려 유족들에게 다가가자 일부 유족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유족들이 질문을 쏟아내던 국토교통부 현황 브리핑에서의 모습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일부 유족들은 “사진 찍으러 왔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무안=이시영·노수빈·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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