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일자리 넘치는 곳 있다니”…순풍 만난 K조선, 도크마다 빼곡

서대현 기자(sdh@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4. 12. 3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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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맞은 K조선…HD현대重 울산 조선소 가보니
지난 26일 HD현대중공업 도크에서 건조 중인 LNG 선박. 현재 울산조선소에서 선박을 만드는 9개 도크는 건조 중인 선박으로 가득 차 있다. [사진 =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 있는 10개 도크(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중 해양플랜트용 1개를 제외한 선박용 9개는 현재 비어 있는 곳 하나 없이 선박을 제작 중입니다.”

지난 26일 방문한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회사 정문을 통과하자 1290t급 골리앗 크레인 등 초대형 중장비가 움직이면서 내는 묵직한 소리와 망치 소리가 조선소 야드 곳곳에서 바쁘게 들려왔다.

연말연시도 잊은 채 모든 도크에서 선박을 건조 중이라는 HD현대중공업 관계자의 설명처럼 조선소 사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야드는 도로가 아닌 곳 대부분이 선박 건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1도크에서는 컨테이너선 2척, 2도크에서는 컨테이너선 2척을 건조 중이다. 축구장 6개 넓이로 HD현대중공업에서 규모가 가장 큰 3도크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 액화석유가스(LPG)선 1척, 에탄올 운반선 1척 등 총 4척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

선박 인도를 앞두고 마무리 후속 작업을 하는 안벽도 LNG선 등 선박으로 가득 찼다. 안벽은 조선소에서 선박을 계류시켜 의장·전기 배선 등 선박 건조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는 시설을 말한다. 평소 선박을 건조하는 4·5도크 역시 안벽으로 사용돼 내년 인도를 앞둔 선박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선박 4척을 동시 건조 중인 HD현대중공업 3도크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서대현 기자]
조선소 내부에서도 대형 선박 블록을 실은 트랜스포터 등 물류 차량도 느리지만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조선소의 한 현장 직원은 “조선소 안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30㎞인데 요즘엔 물류 차량이 늘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제한속도를 지키게 된다”며 “그만큼 내부 일감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감이 늘어나면서 선박 블록을 쌓아둘 곳조차 부족해지자 조선소는 도로 한쪽 차선을 막고 이곳을 임시 야적장으로 쓰고 있었다. 회사 정문에서 사내 전망대로 가는 양방향 도로는 이 때문에 일방통행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최근 인력도 20% 이상 늘었다. 울산 조선소에 투입된 작업 근로자는 5~6년 전 불황 때보다 7000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울산 조선소 관계자는 “조선소 현장 근무자는 3만3000명로 집계되는데, 갑작스러운 인력 수요를 채우려 외국인 근로자 수도 5000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K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은 신바람을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주 성과를 올렸다. 올해 들어 205억6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치인 135억달러의 152.2%를 달성했다. 2024년 11월 말 기준 수주잔량은 469척으로 집계됐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 8척, LNG 벙커링선 7척,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62척, LPG·암모니아 운반선 50척, 컨테이너선 28척, 에탄 운반선 3척,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2척, 대형 원유 운반선(VLCC) 6척, 탱커 7척, 자동차 운반선(PCTC) 2척,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FSRU) 1척, 해양 설비 1기, 특수선 4척 등이다.

올해는 특히 LNG 운반선, LPG·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증가가 뚜렷했다. LNG 운반선은 기술 측면에서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미국이 자국 LNG 수송 물량을 중국 조선소에 의뢰할 가능성은 낮아 중장기적으로 우리 조선업계가 수혜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내년 미 해군의 최정예 함대인 제7함대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속 배치 함정에 대한 유지 보수·수리·운영(MRO) 수주에 나서 특수선 분야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특수선 부문에서 2030년까지 연 매출 3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미국 트럼프 정권과 인도까지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도 기대된다. 세계 각국이 K조선을 협력 파트너로 주목하면서 연초부터 HD현대중공업에는 외국 정부·군 관계자 방문이 잇따랐다.

올해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에 이어 7월에는 주한 미국대사 일행이 울산을 찾았다. 캐나다와 폴란드에서도 해군 고위급이 HD현대중공업을 찾아 협력을 논의했다. 최근에는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보와 조선업계 관계자 일행도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인도 조선업을 육성하기 위한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에 손을 내민 만큼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에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발주가 이어지자 HD현대그룹은 베트남법인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HD현대미포는 베트남법인의 생산능력을 연 12척에서 15척으로 확대하기 위해 생산 설비 확대와 공정 개선을 진행 중이다. 기술력은 한국 조선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가격은 중국 조선소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자율운항선박 기술 상용화도 한창이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는 지난 3월 9334㎞ 길이의 항로 자율운항 실증을 통해 최대 15%에 이르는 자율운항 솔루션의 연료 절감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최근에는 에이치라인해운과 대형 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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