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연대와 공감, 위로가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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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과 함께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무렵.
어렵고 낯선 일이 참 많았죠.
국제신문은 30일부터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기 참사 관련 네이버 기사에 댓글창을 닫았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횡포로 건전한 여론 조성이 방해받고, 유가족에게 전해져야 할 위로와 공감이 차단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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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과 함께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무렵. 어렵고 낯선 일이 참 많았죠. 그중에서도 ‘사회적 관계’를 맺은 이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평일엔 업무에 짓눌려 좀처럼 여유가 없었고, 주말엔 하루 쉬는 날인데 이불을 걷어차고 발 내딛기가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니었죠.
그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사람 노릇하고 사는 게 쉬운 줄 알았더냐.” 2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잊히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경사는 빠뜨려도 웬만해선 조사엔 참석하려고 애씁니다. 사람 노릇, 주변의 슬픔에 함께 아파하고 잠시나마 곁을 지켜주는 것. 네, 사람 노릇하며 살기 위해서입니다.
이건 또 다른 얘깁니다. 몇 년 전 고질적인 어깨 통증을 치료하러 한의원에 갔습니다. 원장님은 저보다 한 살 많은 또래입니다. 사실 아무리 침을 맞고 뜸을 떠도 잘 낫지 않는 병입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원장님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마디를 합니다. “왜 그 무거운 짐을 혼자 다 짊어지고 사세요. 좀 내려놓으시죠.”
원장님은 제 얼굴에서 무엇을 읽은 걸까요. 그 한마디는 이상하리만치 위로가 됐습니다. 엄청난 ‘공감’으로 느껴졌습니다. 참 신기했죠. 또 놀랍게도 그날 이후 한동안 어깨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이제 그만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국제신문은 30일부터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기 참사 관련 네이버 기사에 댓글창을 닫았습니다.
네이버 측이 먼저 요청했습니다. ‘지난 29일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일부 댓글에서 사회통념을 벗어난 글들이 작성되고 있으며, 네이버 자체적인 조치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으니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벌어진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냈습니다. 우리 국민 179명이 허망하게 숨졌습니다. 연말을 맞아 여행을 다녀오던 가족 단위 승객이 많습니다. 열 살이 채 안 된 아동이 5명, 세 살 남자아이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무슨 말로도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주지 못할 겁니다. 그들의 애끓는 고통을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와중에 포털사이트 뉴스에 달린 일부 댓글을 보면 화가 치밉니다. 보상금 운운하며 유가족을 조롱하고, 지역 비하 발언을 쏟아내고, 뜬금없는 ‘색깔론’을 꺼내고, ‘야당 탄핵’ ‘전남지사·무안군수 탄핵’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책임론까지 들고나옵니다. 욕설과 비방도 더러 있습니다.
연말 비상계엄에 이은 대통령 탄핵 정국과 엎친 데 덮친 제주항공기 참사로 온 나라가 비통에 빠졌습니다. 참사의 원인 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잘못이 있는 사람에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을 위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 곁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게 도리 아닐까요. ‘사람 노릇’이지 않을까요.
기사에 댓글 달기를 즐기는 분, SNS에 글 올리기를 좋아하는 분. 어르신이라면 어르신의 품격을, 젊은이라면 젊은이의 이성을 보여줄 때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횡포로 건전한 여론 조성이 방해받고, 유가족에게 전해져야 할 위로와 공감이 차단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 4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부산에도 시청 1층에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참사 현장 인근 카페에는 유가족과 봉사자를 위한 ‘선결제’가 이어집니다. 비록 작더라도 연대와 공감, 위로가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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