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원 MIT 교수 "이공계 몰락이요? 진짜 죽은 건 인문학과 철학"

정민승 2024. 12. 31. 0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공계 몰락이라고요? 죽은 건 이공계가 아니라 인문학,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로 꼽히는 최순원(3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는 의대 쏠림으로 인한 한국의 '이공계 위기론'에 대해 이렇게 짚었다.

지난 27일 청소년 시민단체 '이어짐'이 세종시 아름동 행복누림터에서 '미래 과학을 묻고, 현재 한국 교육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개최한 과학 콘서트에서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최 교수를 만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간결정' 논문의 세계적 양자물리학자
"리스크 테이킹 꺼리는 분위기 바뀌길"
최순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가 지난 27일 세종시 아름동 행복누림터에서 열린 과학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공계 몰락이라고요? 죽은 건 이공계가 아니라 인문학,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로 꼽히는 최순원(3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는 의대 쏠림으로 인한 한국의 '이공계 위기론'에 대해 이렇게 짚었다. 핵심은 이공계가 아닌 '인문계 몰락'이고, 그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빈곤한 철학을 지목했다. 학생들이 행복한 일을 찾는 대신 돈 잘 벌고 안정된 직업을 갖는 데 힘쓰도록 하는 '비철학적' 사회 분위기가 특정 직업으로 떼민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청소년 시민단체 '이어짐'이 세종시 아름동 행복누림터에서 '미래 과학을 묻고, 현재 한국 교육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개최한 과학 콘서트에서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최 교수를 만났다.

대전과학고 출신인 최 교수는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한국 과학자'로 불린다. 2012년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수석 졸업,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를 거쳐 2021년부터 MIT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젊은 나이에도 양자과학기술의 핵심인 '시간결정' 측정 논문 등을 통해 세계적 주목을 받는 학자로 부상했다. 지금까지 7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인용 횟수는 1만6,000번이 넘는다.

최 교수는 '위험 감행(리스크 테이킹)'에 있어 한국 학생과 부모들이 매우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대부분 의대로 진학한 자신의 친구들을 예로 들며 "리스크 테이킹을 꺼리다 보니 그들도 '하고 싶은 일'보다 '미래가 보장되는 일'을 찾았다"면서 "결국 진학도 몇 가지 분야로 제한되고, 그 정점이 의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순원 MIT 물리학과 교수가 지난 27일 세종시 아름동 행복누림터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쏠림 현상으로 촉발된 이공계 위기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다만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쏠림 현상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함께 어떤 측면에서는 사회에 기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의대에 우수한 인력이 몰리면서 그 분야 경쟁력이 올라갔고, 성형 등 일부 분야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 교수가 보는 더 큰 문제는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진로=하면서 행복할 일'이라는 이치가 한국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는 "진로 선택이나 리스크 테이킹이 직업의 경제적 안정성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 때문에 청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원하는 가치를 포기하도록 하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물리올림피아드 1등, 대전과학고 조기 졸업, 삼성장학생은 물론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인 관정장학생 선발 등 승승장구하던 최 교수도 대학 입시에서 쓴맛을 봤다. 지원한 미국 유수의 대학들에 불합격해 재수를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행복한 '진로'를 찾았다. 그는 청년들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직업을 위한 진로 탐색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를 바랐다.

"의대로 진학한 친구들이 지금 방사선과, 영상의학과에서 자리를 잡았다. 물리학과 수학을 좋아하던 친구들이 자신의 재능, 꿈, 욕구를 던질 수 없었던 거다."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지킨 청년 과학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최순원 MIT 물리학과 교수가 지난 27일 세종시 아름동 행복누림터에서 이공계 위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뒤 활짝 웃고 있다.

세종=글·사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