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대 옆 공항…태생부터 불안했다
이달 초 해양수산부는 전남 무안의 갯벌 습지보호구역을 42㎢에서 113.34㎢로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곳은 멸종위기 철새의 주요 서식지"라면서 한발 더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2단계' 등재 추진 구상도 내놨다.
무안 갯벌은 무안국제공항과 불과 15㎞ 거리에 위치했다. 대륙 간 이동을 하는 철새 특성을 고려하면 이 지역에 국제공항이 있다는 것에 한 번쯤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새떼는 공항 설립에 위협적인 조건이다. 왜 굳이 철새가 많이 서식하는 습지보호지역에 공항을 지어야 했을까.
이는 국토교통부가 확인한 내용이다. 이번 참사의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으나 철새 충돌(또는 랜딩기어 고장 등)이 사고 발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철새도래지 무안에 공항이 무리하게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무안공항 운영 주체인 한국공항공사가) 여러 조류를 회피하기 위한 활동으로 서식지 제거나 배수로 차단 등 공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무안공항 외에도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 대부분이 철새도래지 인근인 만큼 이를 사고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루 평균 수십에서 수백 대의 항공기가 이착륙하기 위해 인적이 드물고 소음 피해가 덜한 바닷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듬해 4월 김영삼 정권 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전국 공항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이때 2000년까지 '호남권 신공항'(무안공항) 건설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무안에 지역구를 둔 한화갑 새천년민주당 대표(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가 '신국제공항 공개토론회'에서 영종도 공항(현 인천공항) 설계에 활주로와 화물터미널 배치 등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며 그 대안으로 무안신공항 등 권역별 거점공항 구상론을 띄우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감사원은 2004년 '공항확충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발표'에서 "무안공항은 B/C값(비용 대비 편익) 산정 시 고려되지 않는 공항임대 수익까지 포함해 산정했다"며 개항과 착공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무안공항은 2007년 11월 개항했고 이후에는 30분 거리에 위치한 광주공항과 공멸 위기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감사원은 2009년에 또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용률도 매우 저조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지난해 기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여객 회복률이 가장 낮은 공항이었다. 무안공항은 당초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작년 무안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25만명에 불과했다. 국내선만 운항하는 광주공항(205만명)의 12%, 여수공항(60만명)의 41% 수준이다.
주변이 습지지만 조류 관리 실태도 부실했다.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원은 4명으로, 그마저 3조 2교대로 근무한다.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과 비교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내년 12월에는 KTX 무안국제공항역도 개통된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는 광주 송정역에서 무안국제공항을 거쳐 목포역에 이르는 77.8㎞ 구간 고속화 구간으로, 비수도권 공항 중 유일하게 고속철도와 연결되는 역이 될 전망이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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