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수장, 라이벌 쿠르드계 반군에 “통합” 손짓
쿠르드족측도 긍정적 답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 축출 뒤 시리아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42·본명 아흐메드 알샤라)가 적대 관계인 쿠르드계 반군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운 시리아 정부 수립 과정에서 HTS를 해산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독재 정권 축출 뒤 혼란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중동에서 시리아가 ‘다른 길’을 갈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알줄라니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알아라비야 인터뷰에서 “현 과도정부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안보 상황을 해결하고, 추후 그들 세력이 정부군에 합류하도록 시리아민주군(SDF)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르드족 민병대인 YPG가 주축인 SDF는 미국과 EU 등의 지원을 받는 친서방 성향의 반군으로 2014~2018년 시리아·이라크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세력을 떨쳤던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앞장섰던 조직이다.
그러나 같은 반군인 HTS와 SDF는 적대 관계였다. 쿠르드족을 자국의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HTS를 지원하며 SDF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특히 SDF는 튀르키예의 격퇴전에 맞서기 위해 2019년 일시적으로 알아사드 정권과 군사 동맹을 맺기도 했었다. 튀르키예·시리아·이라크 등에 걸쳐 있는 쿠르드족은 궁극적으로 독립 국가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HTS는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며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했지만, 시리아 북동부 지역은 SDF가 분할 점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알아사드 이후 반군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격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HTS가 먼저 쿠르드계 라이벌 반군 세력을 향해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알줄라니는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필수 구성원이며, 분열은 없을 것”이라며 “HTS는 반드시 해산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상적인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끄는 무장조직을 해체하겠다는 뜻까지 밝힌 것이다.
알줄라니의 이 같은 행보는 테러 단체로 지정된 HTS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미국 등 강대국을 설득해 정상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쿠르드족 측도 화답하는 모습이다. 쿠르드족 자치 정부 ‘로자바(Rojava)’ 관계자는 “시리아군에 합류할 준비가 돼있다”고 화답했다. 로자바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YPG와 SDF 등을 군사 조직으로 두고 있다. 로자바 프랑스 대표 카림 카마르는 알아라비야 인터뷰에서 “SDF는 시리아군의 핵심이 될 수 있다”면서 “전환기를 극복하고 공동의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 모든 시리아 구성원의 연대가 중요하다. 시리아를 파괴했던 배제와 소외의 정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측이 통합에 동의했더라도 ‘동상이몽’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자치 정부를 꾸리고 있는 쿠르드족 반군이 그동안 연방제 형태를 통한 자치권 확보를 지속해서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무르하프 아부 카스라 시리아 과도정부 국방장관은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구성원이며, 시리아는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방제는 없을 것”이라고 연방제 논의에 선을 그었다.
알줄라니는 내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국의 대시리아 제재를 해제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해왔다. 미국은 알줄라니를 ‘극단적 테러리스트’로 지목,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지만 HTS가 정권을 잡은 뒤 현재 그에 대한 현상금은 해제했다. 최근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시리아에 대표단을 파견해 HTS와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