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 속도 내는 오픈AI… 내부 고발자 죽음 불렀나
머스크가 언급하며 다시 불붙어

지난달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인도 출신의 인공지능(AI) 개발자 수치르 발라지(26)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오픈AI에서 4년간 일하며 챗GPT 개발에 참여한 젊은 엔지니어였다. 당초 자살로 종결된 이 사건이 유가족의 재수사 요청, 사인에 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의문 제기를 계기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발라지는 지난 8월 퇴사 후 언론 인터뷰에서 오픈AI의 비윤리적 개발 행태를 지적하며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 역할을 해왔다. 그의 사망 후 어머니는 “아들의 아파트 화장실에 몸싸움 흔적과 핏자국이 있다. 냉혹한 타살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지난 29일 X(옛 트위터)에 “자살로 보이지 않는다”며 타살 의혹에 불을 붙였다.
발라지의 사망이 주목을 받는 것은 작년 11월 오픈AI 이사회가 창업자 샘 올트먼을 해고하면서 시작된 ‘오픈AI의 상업화’ 논란 속에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2015년 올트먼과 머스크 등이 ‘안전한 AI’ 개발을 목표로 창업했다. 하지만 올트먼은 더 나은 AI 모델을 위해선 천문학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리법인’으로 회사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라지는 지난 10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등을 통해 “오픈AI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인터넷 환경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AI의 저작권 침해 현황을 분석하는 글을 올리며 ”이런 사안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이는 언제든 연락 달라”고도 했다. 내부 고발과 함께 계속적인 문제 제기를 예고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내부 고발자의 사망 미스터리
미 버클리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발라지는 2020년 11월 오픈AI에 취직했다. 올해 8월 회사에서 퇴사하기 전까지 오픈AI의 GPT-4 사전 훈련, 챗GPT의 사후 훈련하는 팀에 소속돼 AI를 개발해왔다. 오픈AI가 올해 새롭게 공개한 추론 강화 모델 ‘o1′과 검색 AI인 ‘서치GPT’의 전신인 웹GPT 개발에도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매일같이 반복해온 것은 엄청난 양의 인터넷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리해 AI 훈련에 사용하는 일이었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챗GPT가 출시된 후부터 회사가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 법적 권리가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그 결과 회사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인터넷 환경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더 이상 사회에 해로움을 끼치는 기술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난 지 두 달이 되는 시점이었다. 발라지는 이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AI의 저작권 침해 현황을 분석하는 글을 올렸다.
발라지의 돌연한 사망에 테크 업계에선 ‘오픈AI가 내부 고발자를 제거했다’는 음모론이 나왔다. 발라지가 오픈AI가 직면한 수많은 저작권 소송에 ‘증언 시도를 하겠다’고 나서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발라지의 부모는 “사망 직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생일을 보내며 행복해했고, 유서도 없었다”며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해 재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픈AI 측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노력할 것”이라며 “수치르와 개별적으로 (내부 고발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다.
◇“공익 법인으로 전환” 격변하는 오픈AI
발라지의 사망은 AI 업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낳을 수 있다. 오픈AI에서 AI의 안전성이나 합법적인 사용을 주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난 상태다. 오픈AI의 최고 과학자이자, AI가 인간의 의지를 위배하지 않는 기술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리야 수츠케버는 그가 주도했던 조직 ‘수퍼얼라이언스’가 해체되자, 지난 5월 오픈AI를 떠났다. 지난 9월에는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달엔 오픈AI의 이미지 AI인 ‘달리’의 개발을 주도한 앨릭 래드퍼드가 사임했다.
오픈AI의 창업자인 머스크는 회사 운영 방향을 두고 올트먼과 대립하다가 2018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올트먼이 오픈AI를 영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차기 트럼프 정부의 실세가 된 머스크로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올트먼의 행보에 더 강한 제동을 걸 수도 있는 것이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초기 멤버와 고위 경영진이 잇따라 이탈한 것도 이 같은 구조 전환에 대한 갈등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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