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5분전 신호 뚝, 감속 장치 미작동… ‘전기 제어’ 문제 가능성
국토교통부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착륙 중 전원이 셧다운(차단)된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고 30일 밝혔다. 전원 셧다운은 항공기의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뜻하는 말로, 항공기의 전원 공급 등 핵심 역할을 하는 엔진 2개 모두가 손상됐을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항공기 엔진 2개 모두가 고장 났다면 정상적 운항이 불가능하고, 전원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착륙에 도움을 주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 등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통 항공기에는 2개의 주력 엔진과 ‘APU(보조 동력 장치)’라고 불리는 소형 엔진이 있다. 주력 엔진 1개가 고장 나도 항공기는 정상 운항이 가능하지만, 2개가 모두 고장 날 경우 큰 출력이 필요한 이·착륙에 지장을 받는 등 운항에 커다란 지장을 받게 된다. 이번 사고에서 나타난 랜딩기어 고장 등 비정상적 항공기 운항은 엔진 1개가 정상이라면 나타나기 힘든 현상이다.
전문가들이 전원 셧다운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하는 건 항공기가 자신의 위치, 속도 등을 외부로 보내는 전파 신호가 조종사의 메이데이 선언(오전 8시 59분)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항공기 정보를 송출하는 ADS-B(항공기 위치 탐지 시스템) 역시 전원이 공급돼야 하는 장치인데, 셧다운 때문에 송출이 멈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항공기 정보 제공 업체인 미국 플라이트 어웨어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의 위치 정보 송출은 29일 오전 8시 58분까지 이뤄졌다. 항공기의 정보 송출은 분 단위로 기록되는데, 메이데이 선언 직전 송출이 마지막이었다.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전원 셧다운은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발생했다면 ADS-B가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랜딩 기어가 펴지지 않는 등 항공기 전반의 고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항공기 위치 탐지 시스템의 송신이 끝난 뒤 관제탑과 항공기 간 통신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1차 착륙에 실패한 뒤 재시도하는 과정 중 어느 순간 관제사와 여객기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소통이 단절된 채 항공기가 착지했다”고 밝혔다. 오전 8시 59분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언급하며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한 이후, 제대로 된 지시와 상황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착륙 후 속도를 제어하는 엔진 역추진, 항공기 날개 플랩(항공기 이착륙 시 속도를 늘리거나 줄이는 작용을 하는 보조 장치), 스피드 브레이크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전원 셧다운 영향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동체 착륙을 했다 해도 엔진 1개가 살아 있었더라면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이들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항공기가 시속 200㎞ 안팎으로 달리며 구조물에 충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사고 항공기의 활주로 착륙 지점이 시작에서 1200m 지점으로 통상(400m)과 비교해 비정상적이었고, 공중에서 제대로 된 선회 없이 메이데이 선언과 함께 그대로 재착륙한 것도 이런 이유란 분석이 제기된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전원 셧다운이 발생했다면 엔진 2개 모두가 고장 나고, 이로 인해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며 동체 착륙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국토부는 “현재로선 셧다운 역시 추정일 뿐”이라며 “블랙박스를 통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 항공기 블랙박스를 김포시험분석센터로 보냈다.
한편, 사고 발생 후 관제탑 등 무안국제공항 측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외쳤음에도 관제탑의 소방 출동 요청이 3분이나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관제탑은 메이데이 선언에도 무안공항 소방대에 출동 대기만 통보했을 뿐 곧바로 출동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항공기는 9시 재착륙을 시도해 9시 2분 동체 착륙했고 9시 3분에 구조물에 충돌했다. 관제탑이 소방대에 출동을 요청한 시간은 오전 9시 2분 34초이며, 이로부터 20여 초 뒤인 오전 9시 2분 55초에 소방차 3대가 활주로로 출동했다. 일각에선 통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제탑에서 당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 결과 소방대 출동 지시를 늦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DS-B(항공기 위치 탐지 시스템)
항공기가 자신의 위치 정보를 자동으로 송출해 주변 항공기 및 지상 관제 시설과 공유하는 시스템. 항공기 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상업용 항공기는 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시스템을 추적해 보니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위치 정보는 29일 오전 8시 58분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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