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멘 안세영… 기적 이룬 최경주… 김도영 신드롬
한국 스포츠는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 10연패(連覇) 위업을 달성하는 등 금 13, 은 9, 동 10개로 종합 8위란 값진 성과를 거뒀다. 21세 김도영은 최연소 30(홈런)-30(도루)으로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몰고 왔고, 54세 최경주는 기적 같은 샷으로 한국 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룬 안세영의 작심 발언, 아시안컵 졸전 속 손흥민·이강인의 몸싸움 등 조용할 날 없었던 2024년 국내 스포츠 다섯 장면을 추렸다.

◇작심 발언 그 후…
“이 시간 이후로 대표팀과 함께하긴 어려울 것 같다.”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코트를 누빈 끝에 고대하던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22·삼성생명)은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여자 배드민턴 단식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코트에서 마음껏 포효했지만, 기쁨보다 그동안 쌓인 설움이 더 커 보였다. 대표팀의 부상 관리 소홀과 배드민턴 협회의 후원사 용품 사용 강요 등 여러 부조리를 폭로했다.
후폭풍은 컸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진상 파악을 촉구했고, 협회 감사로 이어졌다. 회장 등 협회 임원들의 후원 물품 횡령 의혹 등이 드러나 사법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안세영은 “이렇게 파장이 커질 줄 몰랐다”면서도 “후회는 없다. (올림픽에서) 이기든 지든 같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 집어삼킨 몸싸움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낸 한국 축구였다. 비극의 시작은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을 하루 앞두고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저녁 식사 시간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한국은 요르단에 0대2로 참패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경질됐다.
한국 축구는 이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오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래도 선수들은 비 온 뒤 땅이 굳듯 힘을 합쳤다. 6월 중국과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이강인은 골을 터뜨린 후 패스를 건네준 손흥민에게 달려가 덥석 안겼다. 홍명보호는 월드컵 3차 예선에서 4승 2무로 순항 중이다.
◇특별한 54세 생일 파티
5월 19일 한국 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 연장 1차전. 이날 54세 생일을 맞은 최경주의 세컨드 샷이 그린 옆 개울로 날아갔다. 이대로 승부가 끝나는 듯 보였지만, 공은 개울 중앙 작은 섬에 안착해 있었다. 그는 그 섬에서 59도 웨지로 공을 굴렸고, 결국 파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 2차전까지 끌고갔다. 그리고 2차전에서 파를 기록, 보기에 그친 박상현을 제치고 후배들의 물세례를 받았다. 최상호가 2005년 세운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19년 만에 갈아 치운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최경주는 “그 섬에 ‘K J CHOI’란 이름을 지어줬다”며 “평생 못 잊을 것”이라고 했다. 천운(天運)이 따랐지만, 운으로만 이룬 위업은 아니었다. 50대 중반 나이에도 술과 탄산음료, 커피를 끊고 매일 공 500개씩 치면서 연습한 노력의 결과다.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단연 김도영(21·KIA). 전라도 사투리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너 때문에 산다)”를 줄인 ‘도니살’은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도영은 8월 15일 키움전에서 30호 아치를 그리며 최연소 30-30의 영광을 안았다. 타율 3위(0.347), 홈런 2위(38개), 장타율 1위(0.647), 득점 1위(143점), 도루 6위(40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그는 올 시즌 MVP, 골든글러브(3루수) 등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연말을 보냈다. 그는 프리미어 12 무대에서도 17타수 7안타(타율 0.412), 3홈런, 10타점 활약으로 MLB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신궁(神弓)의 나라
임시현(21)과 전훈영(30), 남수현(19)이 나선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파리에서 단체전 10연속 올림픽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올해 파리 대회까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것. 특정 국가가 특정 종목에서 올림픽 10연패를 이룬 건 미국 남자 수영 400m 혼계영(1984 LA~2020 도쿄 올림픽)과 한국 여자 양궁밖에 없다.
한국 양궁의 성공은 공정한 대표 선발 시스템과 협회의 전폭 지원,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도 선발전에서 밀릴 만큼 바늘구멍을 뚫은 선수들은 하루 400발씩 주 6일 연습을 했다. 협회는 최첨단 슈팅 로봇 등 훈련 장비를 아낌없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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