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약한고리 깨기 전략에서 원숭이 꽃신 전략까지
[유건식의 미디어 이슈]
[미디어오늘 유건식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2024년 세밑 넷플릭스의 행보는 국내외에서 OTT 시장을 흔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마이크 타이슨의 권투 경기와 크리스마스 NFL 경기를 생중계하여 각각 6500만 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했고, 화제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도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1월 네이버와 제휴한 데 이어 12월에는 SBS와 제휴를 발표하였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약한고리 깨기 전략'을 펼쳤고, 이제는 '원숭이 꽃신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 기사 :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넷플릭스 제휴의 진짜 의미 (12월6일)]
약한고리 깨기 전략이란 “특정 국가의 통신·방송 사업자 중 점유율이 낮은 사업자를 우선 공략하고 마지막에 1위 사업자를 함락하는 시장 침투 방식”이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이 이렇게 넷플릭스당했고,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플랫폼은 딜라이브, CJ헬로, KT, LGU+, SKB 순으로, 콘텐츠 제작자는 CJ ENM, JTBC, MBC, SBS 순으로 공략당했다. 국내 최대의 포털 네이버와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출시되면서 카카오프렌즈, 오뚜기, 신세계, 올리브영, CJ제일제당 등 브랜드 협업도 이전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비해 급증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넷플릭스에 연간 1~2개의 콘텐츠를 공급해 왔다. 그러다가 MBC는 2023년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하여 공급하면서 논란은 있지만 넷플릭스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제 SBS가 지난 12월20일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2025년부터 6년간으로 계약 이전에 방영했거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예능, 교양 콘텐츠(구작 라이브러리)를 국내 넷플릭스에 공급하고, 신규 방영 콘텐츠의 일부를 국내외에 공급하기로 했다.
넷플릭스가 밝힌 2025년 1월 신규 콘텐츠를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2022~2025년), <궁금한 이야기 Y>(2023~2025년), <미운 오리 새끼>(2021~2025년), <런닝맨>(2015~2025년), <그것이 알고 싶다>(2023~2025년) 등이 올라 있다. 하나증권에서는 6년간 넷플릭스가 SBS에 투자하는 금액이 1조 원 이상이고, 영업이익은 연간 400~5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광고 회복 없이도 2027년 내 영업이익이 1000억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SBS의 넷플릭스 공급은 미국에서 디즈니+, MAX, 피콕 등이 출범하면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가 2023년부터 수익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OTT 시대가 되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은 악화되고 있으며 SBS는 2024년 3분기까지 253억 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BS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웨이브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계속되는 적자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SBS가 갖고 있는 19.8%의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한고리 깨기 전략 측면에서 보면, 이제 KBS와 MBC가 남았다. 결국 두 방송사도 동일한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넷플릭스 외에는 그만큼 많은 콘텐츠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콘텐츠 제작자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한다면 넷플릭스에 양질의 콘텐츠가 모이게 될 것이고, 개별 콘텐츠 홀더에게서 콘텐츠 구매량도 줄이고 콘텐츠 단가도 낮출 것이다.
정휘창의 동화 <원숭이 꽃신>이 있다. 동물 나라에 사는 원숭이는 오소리가 선물한 오색 꽃신을 계속 신다가 굳은살이 얇아져 신발 없이 다닐 수 없게 되어 결국 오소리의 노예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국내 미디어 산업도 이런 상황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넷플릭스 없이는 존속할 수 없게 되었다. 네이버와 넷플릭스가 제휴하면서 현재의 티빙과의 제휴도 2025년 2월 종료한다.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티빙과 웨이브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국내 미디어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상파 미디어까지도 사면초가에 빠져버렸다. 정책당국의 변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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