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계엄·탄핵 사과" 진정성 있나…윤상현 탄핵 반대 집회서 사죄
국민의힘 엇박자…미디어특위 김용현 입장 배포에 류제화 "특위 해산하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계엄과 탄핵에 공식 사과했으나 진정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내 상황 탓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에 참석해 탄핵안을 막지 못해 사죄한다며 절까지 한 뒤 지지를 호소했다. 내란죄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입장을 당 기구가 일방적으로 배포한 행위를 두고 내부 비판이 나오자 되레 이들을 비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30일 전국위원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임명안을 의결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취임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 사퇴이후 계엄-탄핵에 대한 공식 사과까지 보름이 걸렸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와 정반대되는 기류가 있는 상황이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에 참석해 돌연 윤석열 지지 연설에 나섰다. 윤 의원은 “사죄인사부터 올리겠다. 탄핵소추안을 막아내지 못했다”며 “저를 비롯한 우리 의원들의 무능임을 탓해달라. 존귀하신 애국 시민 여러분들께 사죄의 큰절부터 올리겠다. 죄송하다”고 한 뒤 큰절을 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을 붕괴시려는 저들이야말로 암흑의 세력이요, 어둠의 세력이요, 그리고 내란 세력임을 고백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이 어둠의 세력에게 집권의 기회를 준다면 문재인 정부 5년동안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못할 극악무도한 정부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당내 기구도 내부 쓴소리를 하는 인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부수고 들어가라'고 했다는 공소장 내용과 관련, 이를 픽션이라며 부인하는 김용현 변호인단의 주장을 국민의힘 출입기자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이에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변호사)은 지난 28일 “충격적인 공소장 내용으로 기소된 김용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며 “당 공식기구가 김용현 변호인단 확성기냐”고 비판했다. 특히 류제화 세종갑 당협위원장은 같은 날 아예 “당이 12월3일 계엄의 밤을 온전히 책임지고 대통령과 깨끗이 절연해도 시원찮을 판에 피고인 김용현의 입장을 대변하다니 도대체 민주당과 싸워 이길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인가”라며 “불법계엄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국민의힘의 핵심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고,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의 주동자로 기소됐다. 그런 김용현 입장을 배포한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심각한 해당행위를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당장 해산하라”고까지 성토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이날 밤 내놓은 입장문에서 박 전 대변인과 류제화 당협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사익을 위해 국민을 버리는 '소탐대실'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여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절차를 도외시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미디어특위는 “비상계엄이 시대에 맞지 않고 의아한 구석이 많다는 점은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생각을 같이 한다”면서도 “수사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대통령 스스로 국회의원 체포를 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 헌법학자도 내란죄에 이르는 폭동은 없었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짓고, 스스로 내란정당이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윤 대통령 등을 옹호했다. 미디어특위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비롯하여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의 일방적인 발표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검증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내가 무슨 사익을 챙겼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비상계엄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것이 누구인가. 나와 류제화 위원장을 말하는 건가. 우리에게 비상계엄의 책임이 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박 전 대변인은 자신과 당시 한동훈 대표, 18명의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본회의장에 있었으며, 류제화 위원장의 경우 세종시에 있었는데 무슨 책임이 있다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박 전 대변인은 민주당 보다 먼저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지적하고 계엄해제에 동참했는데 왜 김용현과 비상계엄에 대한 연대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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