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 기업인 볼모로 재정 충당 횡포

이우중 2024. 12. 3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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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정부들이 재정 충당 목적으로 타 지역 기업인들을 대거 구금해 벌금 부과나 자산 몰수 등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FT가 분석한 올해 상장 기업 관련 구금 사건 82건 중 절반가량이 다른 지역의 지방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로 지방정부들이 토지 판매로 인한 수입이 급감하자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재정을 충당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 언론은 이 같은 행태를 '원양어업(遠洋捕撈)'이라고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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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장기업 82곳 최고위급 구금
구금 수행 절반이 타지역 지방정부
벌금부과·재산몰수… 사실상 ‘인질극’
불투명한 법 집행… 기업 신뢰 약화
중앙정부 “감사대상 명시” 뒷북 진화

중국 지방정부들이 재정 충당 목적으로 타 지역 기업인들을 대거 구금해 벌금 부과나 자산 몰수 등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만 최고위급 인사가 구금된 기업 수가 80곳을 넘어서는 등 공권력을 악용한 ‘인질극’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앙정부가 뒤늦게 단속에 나섰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증권 규제당국에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82곳의 최고위급 인사가 구금됐다. 중국 상장 기업은 지배주주, 회장, 최고경영자(CEO) 및 경영진의 구금 여부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영진이 아닌 기업인들까지 포함하면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더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금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며 많은 경우가 대상 기업의 사업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방정부에 의해 수행됐다. FT가 분석한 올해 상장 기업 관련 구금 사건 82건 중 절반가량이 다른 지역의 지방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로 지방정부들이 토지 판매로 인한 수입이 급감하자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재정을 충당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 언론은 이 같은 행태를 ‘원양어업(遠洋捕撈)’이라고 지칭했다. 그러자 중국 관영 농민일보가 지난 27일 “실제 어업 종사자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해당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한 투자자는 FT에 “일부 지방정부가 부유한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 주민들의 자산을 뒤지고 있다”며 “지인들이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윈텔앤드컴퍼니의 유진 웡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 중 일부가 다른 지방정부의 가혹한 법 집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이런 관행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스쿠터 제조업체인 아이마 테크놀로지의 장젠(張劍) 대표는 지난 10월9일 허베이성 청더시의 반부패 전담 부서에 의해 구금된 뒤 아직 풀려나지 않았다. 장 대표의 자택과 회사 본사는 청더시와 수백㎞ 떨어진 톈진에 있으며, 청더에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마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청더시에서는 구금 사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불투명한 법 집행 시스템은 기업인들의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장쑤성 항저우시에 본사를 둔 예젠뱌오(葉建標) 저장 와이즈 테크놀로지 대표도 지난 1월19일 장쑤성 둥양시에 구금된 뒤 아직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예 대표가 업무 관련 범죄로 조사 중이라는 다른 도시의 반부패국에서 받은 통지 외에는 다른 공식적인 통지나 문서를 받은 적이 없으며, 조사 진행 상황이나 결론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방정부의 ‘원양어업’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중앙정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3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특정 지역과 부문에서 행정 재량권을 남용하고 불공정하게 집행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며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과 운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감사 대상을 명확히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업 행정 감사에 대한 의견’이 채택됐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도 민간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저장성의 경찰은 지난달 다른 지역 경찰이 저장성 지역의 한 기업가를 체포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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