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하되 탄핵은 반대? ‘尹의 딜레마’에 갇힌 권영세號
‘탄핵 찬성’ 김재섭 비대위 합류했지만…당론은 ‘탄핵 반대’
계파 갈등 심화 속…‘도로 친윤 지도부’ 향한 민심은 ‘싸늘’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9회말 2아웃' 위기, 국민의힘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을 구원투수로 올렸다. 한동훈 전 대표를 강판시킨 지 14일 만이다. 권 위원장은 등판과 동시에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변화와 혁신의 채찍질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쇄신을 자신한 권 위원장이지만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에 찬성한 의원들과 반대한 의원들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여당을 향한 민심은 차게 식었다. 대통령을 지키고 싶어 하는 당과 그런 당을 비토하는 국민, 쇄신을 말하는 친한계와 통합을 강조하는 친윤계 사이, 권 위원장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영세 비대위' 띄운 與…비윤계선 김재섭만 합류
국민의힘이 30일 제14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친윤(親윤석열)계 5선 중진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권 위원장 취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16일 만, 한동훈 전 대표 사퇴 14일 만이다.
권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감사' 대신 '사과' 의사를 전했다. 권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와 혁신의 채찍질을 멈추지 않겠다"며 "처절하게 반성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며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주말,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국민을 보면서 마음이 참으로 아팠다"며 "이 추운 날씨에 거리에 나오신 우리 국민들,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치열하게 고민하고 소통하는 일에 저의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비대위원 3명을 포함해 초선 2명, 재선 1명, 3선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3선 여성 중진 의원인 임이자 의원, 재선 최형두 의원, 초선 비례대표이자 여성 장애인인 최보윤 의원, 초선 김용태 의원이 비대위원을 맡기로 했다. 국민의힘 신임 사무총장에는 3선 이양수 의원이 내정됐다. 부총장급엔 수도권 재선 조정훈 의원이 전략기획부총장, 수도권 초선 김재섭 의원이 조직부총장에 내정됐다.
비대위원 대부분이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가운데, 김재섭 의원만이 유일하게 윤 대통령 탄핵 소추에 찬성한 소장파로 분류된다. 1차 탄핵 소추안 표결 당시 당론에 따라 표결에 불참했던 김재섭 의원은, 2차 탄핵 소추 표결을 앞두고는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라며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다.
차게 식은 민심…'통합·쇄신' 두 마리 토끼 사냥 가능할까
권 위원장이 직접 쇄신 의사를 밝혔고 탄핵 찬성파가 비대위에 승선했으나, 권영세호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분석은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쇄신에 앞서 통합이 가장 큰 난제라는 시각이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원외로 밀려났으나, 당내에는 여전히 30명 안팎의 친한계와 60명 안팎의 친윤계가 대립 중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관 임명 △내란 특검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마치 여야처럼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서로를 당의 '암'으로 규정하는 원색적인 비난전까지 전개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치 뱀을 약올리며 잡아먹어 달라는 독두꺼비를 연상시킨다"며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조경태·김상욱·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29일 김상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시장님도 국민의 어려움과 국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보다는 도리어 이를 활용해 정치적 야심을 채우려 보인다"며 "누가 암 덩어리냐"고 맞받았다.
친한계 일각에선 친윤계 좌장인 권 위원장이 '통합'을 말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선배이자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권 위원장은 한동훈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자, "계엄이 나오자마자 (한 전 대표가) 내용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위법·위헌으로 규정한 것은 문제"라며 "당분간 계속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친한계 한 핵심관계자는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은 불공정하다고 말한 여당이, 가장 불공정한 감독을 내세워 통합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의 내치가 흔들리는 가운데, 권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외면했던 '민심 전광판'도 챙겨야하는 난제를 받아들었다. 최근 보수 성향 유권자가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민주당과의 격차는 여전히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이 격차가 유지되는 가운데 '조기 대선'이 결정될 경우, '비대위의 비대위'가 재출범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6~27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0.6%, 민주당은 45.8%로 집계됐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15.2%p로 14주째 오차범위(±3.1%p)밖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30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윤상현 의원과 같은 사람들이 '전광훈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사과하고, 당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미디어 특위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 입장문을 공적(보도자료 형태)으로 내버렸다"며 "결국 윤 대통령 탄핵을 못하겠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현재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의 길을 가느냐, 혁신 정당의 길을 가느냐 그 기로에 서 있다"며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당이 어디로 갈지, 그 싸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에서 인용한 조사는 지난 26~27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만1963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1명이 응답을 완료했고 4.6%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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