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탄소 국제감축사업 정부 역할 달라져야

전한나 K정책플랫폼 ESG연구위원·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탄소를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 제6조는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비용효율적인(cost-efficient) 탄소감축 활동을 하고 이를 해당 선진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11월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동 조항의 세부 사항에 관련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내년부터는 파리협정에 기반한 국제 감축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찍부터 국제 감축사업을 통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작년 4월 발표한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40% 이상(2억9100만톤)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중 3750만톤은 국제 감축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파리협정 이전 교토협약에서도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라는 유사한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파리협정은 교토협약에 비해 감축사업 추진이 훨씬 더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상응조정 제도' 때문인데 이는 개도국이 선진국의 재생에너지 투자, 기술이전 등을 통해 예컨대 100만톤을 감축한 경우, 이는 개도국의 실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제도이다.
감축실적이 양국에서 이중 계산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선진국만 감축의무가 있던 교토체제와 달리 파리협정에서는 모두가 감축목표를 설정하므로 개도국은 실적 이전 대가나, 이전 비율 등을 전략적으로 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파리협정이 개시된 2021년 이후부터 정부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타당성조사 지원사업을 통해 민간을 지원하였으나 그간 성과는 거의 없었다. 아울러 향후 1~2년 내 감축실적의 국내 이전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된 이유는 타당성조사가 진행된 중점협력국에 상응조정을 위한 행정적 절차가 부재하고, 파리협정 제6조를 자국 감축목표와 연계하는 정책과 전략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축사업을 해외 자원개발로 비유한다면, 우리는 현지에서 효율적인 채굴 방법을 조사하고 있는데, 정작 해당 국가에는 광산업에 대한 세금, 인허가, 수출 쿼터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의 지원 방향을 개별사업의 타당성조사 지원에서 시장 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선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개도국의 파리협정 제6조 준비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독일 등은 국제기구와 함께 개도국의 감축실적 이전 관련 법령 마련 등 역량 강화 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기존 중점협력국을 중심으로 감축량 측정·보고·모니터링 등 기술적 부분을 보완해주고 개도국이 스스로 감축해야 할 부분, 그리고 지원받아야 할 부분을 같이 연구하여 개도국이 우리를 신뢰하고 사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는 감축실적의 최종 수요자로서 감축실적에 대한 미래 매입가격을 고시하고 매입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금은 제품을 얼마에 사줄지를 얘기하지 않고 일단 만드는 방법만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은 얼마에 팔 수 있을지 모르는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클리크(Klik) 재단이 선도계약을 통해 2030년까지 우리 목표의 절반이 넘는 2000만톤 이상의 감축실적을 확보한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성공한 것은 애플이 직접 좋은 앱을 개발해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그리고 수익이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파리협정 제6조에서의 정부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직접 개별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개도국과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면 시장은 스스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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