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폭발 순간 노출' MBC 긴급심의, 직원들 반대로 무산

박재령 기자 2024. 12.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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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제주항공 여객기의 폭발 순간을 노출한 MBC를 긴급심의하려 했지만 사무처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이 전날(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MBC가 폭발장면을 노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MBC를 긴급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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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사무처 "민원 당일 긴급심의 현실적으로 불가능"
류희림 주도로 알려져...대치 끝 무산 "추후 전체회의 논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제주항공 여객기의 폭발 순간을 노출한 MBC를 긴급심의하려 했지만 사무처의 반대로 무산됐다. 류희림 위원장이 민원이 들어온 당일인 30일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무처는 안건을 상정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후 2시50분 방심위는 기자들에 “금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방심위 전체회의 관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보도 사안은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추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방심위는 통상 월요일 전체회의를 개최하며 가장 빠른 전체회의는 오는 6일 열린다.

[관련 기사 : 제주항공 참사 '폭발장면 노출' MBC, 류희림 주도로 긴급 심의]

본래 30일은 전체회의 일정이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이 전날(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MBC가 폭발장면을 노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MBC를 긴급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30일 MBC에 대한 민원도 제기됐다. 30일 오전 기준 다른 방송사에 대한 민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30일 오전 10시7분경 연합뉴스를 중심으로 '방심위, 사고화면 노출 MBC 등 긴급심의' 등의 기사가 나왔다. 당시 방심위 홍보팀은 “아직 확인 된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복수의 방심위 직원은 '위원장이 의견을 냈지만 사무처가 대치중'이라고 전했다.

사무처는 민원 제기 당일 심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방송 내용을 확인할 시간과 안건을 작성할 시간도 필요한데 위원장이 너무 급하게 추진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류희림 위원장이 긴급심의를 요구할 시점엔 MBC에만 민원이 제기됐는데 다른 방송사들이 폭발장면을 노출했는지 등을 검토하지 않고 MBC만 긴급심의 대상에 올리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 29일 MBC 뉴스특보 갈무리. 특보 초기엔 여객기 폭발 순간이 그대로 노출됐다.

MBC는 지난 29일 오전 10시경 참사 관련 뉴스특보를 시작하며 제보로 들어온 참사 영상을 노출했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이 활주로를 달리다 울타리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영상은 첫 노출 이후 5분 정도 리포트에 쓰였고 이후엔 폭발 순간이 편집된 제보 영상이 활용됐다. 이외에도 MBC가 특보 중 화면에 '탄핵 관련 : 817', '광복·NVIDIA·애플',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자막 오류를 낸 것도 안건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MBC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에 “항공기 폭발 장면은 급박한 특보 초기에 제보 영상을 그대로 트는 과정에서 방송됐다. 사고 발생에 대한 긴급 보도 필요성이 있었고 이후 유가족들이 받을 충격 등 내부 판단에 따라 폭발 장면은 노출하지 않기로 결정해 특보 초반 외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지령' 등 음모론이 제기된 자막 오류에 대해서 MBC 관계자는 “100% 실수다. 긴박한 특보 초반 진행 과정에서 기계 조작 상의 실수였으며 순식간에 수정됐다”고 했다.

MBC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사태마저 MBC에 대한 또 다른 표적 심의 사례로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에 대해서는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류희림 방심위가 여러 상황적 고려 없이 기다렸다는 듯 MBC에 대한 공격의 빌미로 삼는 것과 관계없이 MBC는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 동시에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대변하는 보도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2022년 10·29 참사 이후 발표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극적인 헤드라인·사진·영상을 반복해서 접하는 것은 직접 재난 상황을 겪은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 반응을 준다. MBC가 송출한 영상은 빠른 시간에 수정됐지만 이후 소셜미디어 등에 '숏폼' 형태로 확산돼 사실상 참사 영상이 반복된 효과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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