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보고 싶어"…가족 잃은 슬픔 뒤덮인 무안공항
이창재 기자 2024. 12. 30. 15:18
▲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조화가 놓여 있다.
제주항공 참사 이틀째인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은 유족들의 오열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비보를 접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은 점점 커져 하염없는 눈물로 이어졌습니다.
유족을 위해 마련된 간이 쉼터에 있던 한 어머니는 "내 딸 어떡해"라고 울부짖으며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통곡에 함께 있던 친척들도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슬퍼했습니다.
부모를 함께 잃은 50대 유족도 대합실 한편에 앉아 오열했습니다.
이 유족은 "아빠가 (엄마를) 다 막아줬을 거야. 그런 걸 거야"라고 되뇌다가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부짖었습니다.
공항 1, 2층에 설치된 임시 쉼터(쉘터)에서도 유족들의 흐느낌과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 "왜 고생만 하다가 갔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라는 어머니의 절규 어린 외침이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들도 하나둘 들려왔습니다.
유족 이 모(40대) 씨는 "광주에 사는 25살 조카를 이번 참사로 잃었다"며 "조카 생일이 크리스마스여서 해외여행 간다고 하니까 용돈도 주고 했는데…"라고 울먹였습니다.
이어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언니에게 전화했더니, 언니가 '아이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안 온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조카여서 외가와 친가 모두 달려와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사로 30대 아들을 잃은 60대 아버지는 "거기에 아들이 탔는지 몰랐는데 그 비행기가 방콕에서 왔다고 해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며 "방콕에서 (무안으로) 오는 비행기는 하루에 한 대밖에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나는 우리 어머니 보낼 때도 눈물이 안 나왔는데 아들이 죽었다고 하니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다 키워놨는데 이게 뭔 일인가"라며 연신 담배를 피웠습니다.
딸과 손녀를 모두 잃은 박 모(74) 씨는 "연말에 딸이 손녀와 둘이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며 "소식 듣고 너무 놀라서 온 가족이 함께 여기에 와서 지내고 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공항과 가까운 장흥에 사는 한 유족은 "남편이 동네 사람들과 태국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분명 도착할 때가 됐는데도 안 오더라. 뉴스를 보자마자 공항으로 달려왔는데 2명 빼고는 아무도 못 살았다고 하더라"며 흐느꼈습니다.
희생자 시신은 모두 수습되었지만, 일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유가족에게 시신이 인도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재 기자 cj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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