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보지 마”···탈레반, 이번엔 주택 ‘창문 금지령’ 발표
공적 장소 이어 사적 공간서도 ‘여성 지우기’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후 여성 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은 탈레반이 이번에는 주택 신축 시 이웃집이 보이는 창문을 내서는 안 된다는 칙령을 발표했다. ‘여성 보호’가 이 칙령의 명분인데, 오히려 공적 공간에 이어 사적 장소에서도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통제하기 위한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칙령을 공개했다.
새 칙령은 주거용 건물 신축 시 주변 주택, 특히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이웃집 안뜰이나 우물, 주방 등 거주공간이 보이는 창문을 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주택에 이런 지침을 위반하는 창문이 있는 경우, 주택 소유자가 벽을 세우거나 덮개를 이용해 창문을 막아 시야를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 역시 담겼다. 지방 행정당국이 이 같은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감독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탈레반은 이번 조치가 “사생활을 보호하고 여성을 잠재적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출신 언론인들이 설립한 독립 언론 아무TV는 “탈레반이 공적 및 사적 생활을 통제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의 일환”이라며 “특히 여성의 가시성 자체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뒤 여성의 중학교 진학을 금지하고 취업을 제한하는 등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를 잇따라 시행했다.
탈레반 집권 후 공적 장소에서도 여성의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이 내놓은 자칭 ‘도덕법’에 따라 집 밖에서 신체를 완전히 가려야 하며, 공원이나 체육관 등 상당수 공공장소에 출입이 금지된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은 노래하거나 시를 낭독해서도 안 된다. 집 밖에서 신체 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보이지 않도록 강제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TV와 라디오에서 여성의 목소리 송출을 중단했다.
탈레반은 최근 상급학교 진학을 금지 당한 여학생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교육시설 역할을 해온 보건학원까지 폐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은 이런 탈레반의 조치들을 ‘젠더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여성 차별 정책)’라고 규정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국제사회의 인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런 극단적인 여성 탄압 정책으로 인해 어디에서도 합법 정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11601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408290917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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