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족수 별도 결정 없는 한 韓대행 탄핵소추 의결 효력”

30일 서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뉴시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서 발생한탄핵소추 가결 정족수 논란에 대해 “헌재의 별도 결정이 있지 않은 이상 탄핵소추 의결 효력이 곧바로 부인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30일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제기되는 ‘6인 체제’ 선고에 대해선 “선고 가능 여부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권한대행의 탄핵 가결 정족수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일단 가결 정족수 자체는 재판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헌법 65조 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로 탄핵소추 의결이 완성됐다면 위 규정에 따라 그 직무가 정지된다고 볼 수 있다”며 “헌재의 별도 결정이 있지 않은 이상 탄핵소추 의결 효력이 곧바로 부인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탄핵소추 가결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여당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민주당 등 야당은 국무총리에게 적용되는 재적 의원 과반(151명) 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 등엔 권한대행의 탄핵 기준과 관련해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 직전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의 가결 정족수는 국무총리 기준인 ‘151석 이상’ 이라고 임의적으로 선언해 표결을 진행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곧바로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사이 업무·권한에 대해 헌재가 그 책임과 권한을 가려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이다.

그동안 헌재는 최근 계류 중인 탄핵심판(총 10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고 했으나 한덕수 권한대행마저 탄핵되고, 이 과정에서 탄핵소추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논란까지 터져 점점 단순 심리(審理)를 넘어서 ‘선고’도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등 범야권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에 나설 수 있다고 하는 등 국정 마비 방지를 위해 헌재가 ‘권한대행과 권한대행의 대행들’에 대한 탄핵 기준을 신속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이에 대해 “사건 심리 우선 순위는 재판부에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6인 선고’에 관해선 여전히 아직 논의 중에 있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 선고 가능 여부에 (대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헌재는 6인 체제에서 선고까지 내리는 데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론적으로는 6인 전원이 찬성하면 탄핵 인용도 가능하지만, 내부에서는 정당성과 관련된 논란 등으로 인해 ‘6인 선고’에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국회 몫 3인’이 충원될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권한대행 또는 권한대행의 대행이 국회 몫 3인을 임명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으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이 불투명해지자 심리만 계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재판관 전원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