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데려와 줄 수 있나?"…자녀 사망 소식 믿지 못한 엄마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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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무김치 담가놨는데 가지러 오지도 못하고 얼마나 살가운 딸이었는데요."
30일 아침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전남 여수에서 공항에 왔다는 한 유가족은 "도련님이 계모임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는데 이렇게 돌아왔다"며 "성실하고 참했고 저한테도 살갑게 대했다. 시신을 인도하면 여수로 돌아가 장례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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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무김치 담가놨는데 가지러 오지도 못하고… 얼마나 살가운 딸이었는데요."
30일 아침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같은 말을 반복했다. 김씨 딸은 동창들과 여행을 떠났다 변을 당했다.
김씨는 딸의 죽음을 믿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딸 어떻게 해" "아직 휴대전화도 켜져 있는데"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기자에게 "우리 딸 데려와 줄 수 있나"라고 간곡히 말했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항공기 사고 다음날인 30일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공항 내 텐트촌은 눈물 바다를 이뤘다. 시신 훼손 등으로 신원 확인 과정이 늦어지면서 유가족들은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는다고 했다. 행여나 시신 한구라도 신원이 확인될까 유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공항 내에는 유가족을 위한 노란색 구호 텐트가 1층에 94개, 2층에 103개 마련됐다. 구호 텐트 앞에는 생수병과 일회용 면도기, 휴대용 가글 등이 비치됐다. 바닥에 박스와 담요를 깔고 외투를 덮고 잠든 유가족도 있었다.
비행편과 탑승 시각을 안내하던 공항 내 전광판에는 브리핑 주요 내용과 유가족 숙소를 안내하는 공고문이 게시됐다. 공항 건물 밖에는 간이 샤워실이 마련됐다.
텐트 옆에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70대 전모씨는 "눈을 감아도 잠이 안 왔다. 텐트 안에서 눈만 감고 있었다"며 "마음이 답답해 그냥 밖에 앉아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번 사고로 외동딸과 사위를 잃었다. 전씨는 손으로 메마른 얼굴을 쓸어내리며 "여행 떠나기 전날에 딸이 집에 찾아와 얼굴을 봤고 여행가는 날에도 '잘 다녀오겠다'며 전화가 왔다"고 했다.
전남 여수에서 공항에 왔다는 한 유가족은 "도련님이 계모임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는데 이렇게 돌아왔다"며 "성실하고 참했고 저한테도 살갑게 대했다. 시신을 인도하면 여수로 돌아가 장례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청에서 나온 50대 오모 주무관은 "밤새 유가족들이 클렌징폼, 칫솔, 여성용품 등을 요청하셨다"며 "음식과 물도 동 나 추가로 공수해 왔다"고 했다.
종교단체에서도 음식과 물품을 들고 공항을 찾았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소속 이모 목사(69)는 "어제 저녁 교회 일정을 마치자마자 교인들과 공항에 왔다"며 "밤새 어묵과 컵라면 등을 나눠드렸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컵라면과 어묵, 따뜻한 음료를 유가족에게 권하며 "이거 드시고 조금이라도 힘내시라"고 했다.
생필품과 식품 등 공항 내 편의점 물건은 대부분 다 팔린 상태였다. 밤 10시30분까지 운영하던 편의점은 사고 발생 후 24시간 체제로 전환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본사에서 직원 5명이 추가로 지원하러 올 예정"이라며 "통상 화·목·토요일에 재고가 들어왔는데, 월요일인 오늘 떨어진 물품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했다.
국토부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외벽에 부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항공기는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로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승무원 2명을 구조했다. 기체 후미부터 수색을 시작한 결과 이날 밤 10시06분 기준 사망자는 179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태국인이다.
무안(전남)=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무안(전남)=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무안(전남=김선아 기자 seona@mt.co.kr 무안(전남=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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