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한덕수 미스터리’, 與 만류에도 탄핵뒤 ‘대행’ 바로 내려놔
야당의 거듭된 탄핵 경고에도 거부권은 행사… 재판관 임명 보류
‘국정 안정’ 강조했지만 혼란 키워… ‘총리에 계엄 사전보고’ 여부도 논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으로 국정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총리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총리는 헌법재판소를 9인 체제로 되돌리기 위한 헌재 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은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며 보류했다. 야당의 거듭된 탄핵 경고에도 여야 합의 관행을 명분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한 여권의 편에 선 것. 하지만 한 총리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여당의 대행직 유지 요구에도 일찌감치 “직무 정지 결정을 수용하겠다”며 스스로 권한대행 직에서 내려왔다. 헌법을 앞세우며 국정 안정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혼란을 키운 셈이다. 여기에 야권에서 한 총리의 비상계엄 역할을 두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덕수 미스터리’는 커지는 모양새다.
●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두고 해석 ‘분분’
앞서 한 총리는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고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추천 몫 헌재 재판관 3인의 임명권과 관련해선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여야 합의로 재판관 3인을 추천했고 여당은 자신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 인사청문회마저 보이콧했다고 맞섰다.
야당이 탄핵안을 통과시키자 한 총리는 즉각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직무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 의결정족수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여당은 “대행직을 유지하라”며 만류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내란 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한 총리가 전면에 서서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커지는 ‘한덕수 미스터리’
한 총리가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논란이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26일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은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한다고 돼 있다”며 “사전에 국무총리에게 보고를 드리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김 전 장관이) 명확하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은 사실은 없다. 허위 사실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국무회의에 윤 대통령이 임석하기 직전 총리에게 계엄 얘기를 해 국무총리를 거친 다음 대통령이 들어와서 건의하고 심의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한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해 계엄법에 따른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는 주장을 고수한 셈이다. 그러자 총리실은 “계엄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때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에 대하여 어떤 말도 들은바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알려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장관 측 주장은 한 총리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국무위원들이 모여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의견과 걱정을 제시함으로써 계엄을 막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한 것과 달라 향후 책임론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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