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3] 세밑 그리고 새해 음식
한 해의 마지막인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남은 음식을 모아 비벼 먹는 밥을 두고 골동반이라고 했다. 골동반은 비빔밥의 한자어이다. 그리고 다음 날 새해 아침엔 떡국을 먹는다. 1849년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에서 이를 희다고 백탕(白湯), 혹은 떡을 넣은 탕이라는 뜻으로 병탕(餠湯)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비빔밥으로 한 해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긴 가래떡처럼 장수하라는 축원을 넣어 떡국을 먹었다.
일본에선 마지막 날 밤 도시코시소바를 먹는다. 도시코시는 해를 넘긴다는 의미고, 소바는 메밀로 만든 국수다. 그리고 새해엔 건강과 장수, 성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오세치를 먹는다. 연근과 우엉, 콩과 밤, 그리고 다시마와 새우를 조린 음식이다.
중국은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 교자를 먹는 풍습이 있다. 교자를 의미하는 ‘자오쯔’가 교차를 의미하는 단어의 발음과 유사하기도 하고 교자의 모양이 중국 돈을 닮아 부자가 되라는 기원도 담겨 있다고 믿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새해 음식은 주로 남부 지방에서 주로 먹는 ‘호핑 존’이라는 음식이다. 이 음식은 쌀과 검은 콩, 푸른 채소와 양파, 그리고 베이컨 등을 볶아 만든 음식으로, 남북전쟁 시절 황폐화된 남부 지역 주민들이 몇 남지 않은 곡물과 채소들로 만든 것을 먹으며 버틴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비참한 시절을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먹은 일종의 생존 음식이다.
옛날 미국 남부는 기후 특성상 밀보다 쌀을 더 많이 재배했다. 그리고 검은 콩은 동전을 상징했고 채소는 지폐를 상징했으며 돼지고기는 부유함을 의미했다. 이는 한 해 동안 돈이 들어오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고 있는 것으로 실제로 이 음식에 동전을 넣어 먹다가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이 그해의 행운을 거머쥔다는 속설도 있었다.
시카고 출신의 흑인 영화감독이자 배우, 작가이며 뮤지션이기도 한 벨빈 반 피블스의 이 노래는 바로 이 미국의 새해 음식에 대한 찬가다. “넌 쌀이 있고/난 콩이 있지/넌 돼지비계살이 있고/난 돈이 있지/어서 와 같이 가자(You got some rice/I’ve got some beans/You got some fatback/I got some money/Come on and co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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