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79명 사망…일가족 9명·3대가 함께한 여행서 참변
비행자료기록장치 일부 손상…정확한 원인 규명 시일 걸릴 듯
2025년 1월4일 24시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 지정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 직전 '조류 충돌'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은 직후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고,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하던 중 외벽과 충돌했다. 사고 상황이 담긴 기록 장치가 일부 손상되면서 정확한 원인 규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179명…국내 발생 역대 최대 인명피해
소방청 등 구조 당국은 29일 오후 8시38분 기준 제주항공 7C2216편(B737-800 기종)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 179명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수색 초기 기체 후미에서 남녀 객실승무원 2명이 구조됐지만, 안타깝게도 추가 생존자는 없었다. 구조된 승무원들은 각각 이대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지문 대조 등을 통해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 중이다. 현재까지 88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승객 175명과 객실승무원 4명,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 가운데 한국인은 173명으로, 2명은 태국 국적자다. 성별로는 남성이 82명, 여성은 93명이다.
사망한 승객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다수가 지역 여행사가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기는 해당 여행사 상품과 연계된 전세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나 모임 단위로 여행을 떠났던 승객 비중도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 영광군에 거주하는 80세 주민과 그 일가족 9명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3대가 함께 여행길에 올랐던 가족과 동반 여행을 떠났던 지역 공무원 등도 탑승 명단에 포함됐다.
최연소 탑승객은 2021년생 3세 남아로, 10세 미만 아동이 5명 탑승했으며 10대도 9명 타고 있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39명, 40대 32명, 70대 24명, 30대 16명, 20대 10명이었다.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참사로 남게 됐다. 제주항공 참사 이전 국내에서 발생했던 사고 중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1993년 아시아나 해남 추락 사고로, 당시 66명이 숨졌다. 해외 발생까지 포함하면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269명 사망)과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225명 사망)에 이어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3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사고다.

'메이데이' 외친 후 랜딩기어 못 펼치고 동체 착륙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9시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하면서 거센 화염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4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8시59분께 기장이 관제탑에 구조 요청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다.
메이데이를 보낸 후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복행(復行·고 어라운드)을 한 여객기는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원래 활주로(01번)로 대신 180도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 활주로(19번)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후 9시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했고 외벽에 부딪히면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국토부는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데 대해 "동체 착륙을 한 뒤 화재가 났다"며 "어떤 원인으로 피해 규모가 커졌는지는 조금 더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활주로가 짧은 탓에 충돌사고로 이어졌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국토부는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500∼1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 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2023년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아 B737-800 기종만 6096시간, 1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 측은 이날 오후 무안공항에서 브리핑을 열어 "무리한 운항은 없었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 등을 철저히 하고 있고 출발 전후 꼼꼼하게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비 불량이나 무리한 운항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외형 그대로 수거됐지만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일부 손상이 확인됐다.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CVR과 FDR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첫 단추로 불린다. CVR은 엔진이 정지될 때까지 마지막 2시간 동안의 조종실 내 승무원 간 대화, 관제기관과의 교신내용, 각종 경고음 등을 기록한다.
FDR은 마지막 25시간의 비행 자료를 기록하는데 항공기의 3차원적인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별 작동상태를 디지털, 자기, 수치 등 신호로 녹화·보존한다. FDR 분석을 통해 비행기의 고도·속도·자세, 조종 면의 움직임, 엔진의 추력, 랜딩기어의 작동, 착륙할 때 내려오는 플랩(고양력장치)의 각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FDR 일부 손상이 확인되면서 전체적인 조사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FDR 훼손 정도가 심할 경우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블랙박스 해독 작업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상목 권한대행 "피해수습 총력"…7일간 국가애도기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무안군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최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2025년 1월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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