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쇼크에 중소기업 ‘비명’

정유미 기자 2024. 12. 2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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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역량 부족, 환리스크에 속수무책…원자재 수입 환차손 눈덩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면서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환율 예측과 대응 역량이 부족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환율 변동 위험(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8월 수출 중소기업 304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환리스크 관리를 별도로 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49.3%나 됐다.

환율 급등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연간 500억원어치 물량을 수입해 오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연초 계획보다 최소 10% 넘게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K뷰티’로 수출에 날개를 단 화장품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 화장품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늘고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팜유, 글리세린 등 화장품 원료나 기능성 원료들은 수입해야 하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응하더라도 대기업과 달리 선물, 보험 등 환헤지 상품 활용을 통한 전략적인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로 단가 조정이나 원가 절감, 대금결제일 조정 등 간접적인 대응에 머물러 환율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거나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고충은 더 크다.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즉각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업계는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면 생산·납품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거래처가 끊길 수 있다.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원가 절감, 투자 축소 등에 나서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측면에서 환차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에 달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환차손을 만회하기 위해 인건비, 재료비 등을 아끼다 보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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