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믿고 대통령실·경호처 압색 막나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2024. 12. 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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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이제 최상목에게
연이은 압수수색 '거부'…확보하지 못한 주요 증거들
내란 압수수색이 국가 중대한 이익 해친다고?
'책임자의 승낙'…키 잡은 최상목, 판단 주목
서울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전가옥. 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등의 압수수색을 잇따라 막아선 대통령실과 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군사상 기밀, 공무상 등의 이유를 들며 버티고 있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지연 움직임에 불쏘시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밀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통령 권한을 이어 받은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판단'이 결국 중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이은 압수수색 '거부'…확보하지 못한 주요 증거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12·3 내란 사태 이후 대통령실 및 경호처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건 현재까지 4차례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대통령실 내 국무회의실, 경호처, 101경비단, 합참 지하에 있는 통제지휘실 등 4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8시간 가까이 대치한 끝에 일부 자료만을 제출 받고 복귀해야 했다.

17일에는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거부 당하면서 경호처 서버에 저장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보안휴대전화) 통신 기록 확보에 실패했다.

경찰 특별수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18일 재차 조 청장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또 거부 당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27일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경호처의 비협조로 안가 폐쇄회로(CC)TV 자료 확보에 실패하며 빈손으로 돌아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수사관들이 27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려던 자료들은 내란 수사의 핵심 단서로 꼽힌다.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조 청장은 계엄 당일 비화폰으로 윤 대통령과 6차례 통화했으며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무회의장 출입 기록이나 국무회의록 역시 주요 증거다. 통제지휘실은 계엄사령부의 활동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대통령 안가에서는 계엄 당시 회동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대통령실은 압수수색을 막아서고 최소한의 자료를 임의제출하며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감스럽다"며 강력 반발했다.

내란 압수수색이 국가 중대한 이익 해친다고?

대통령실 및 경호처는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110조 1항)과,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에 관해 소속 공무소나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는 조항(111조 1항)을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정부의 관례도 이유로 내세운다. 수사기관이 청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영수 특검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자료를 임의제출 받으며 복귀해야 했다.

하지만 야권은 국가적으로 위중한 내란 사태에 대한 수사인 데다가, 윤 대통령이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점, 증거 인멸 우려 등을 들어 신속히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110조 및 111조 1항에 이은 '2항'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이다. 내란 사태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압수수색 거부에 있어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가 물밑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최근 경호처는 비서실로부터 경찰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지시가 정진석 비서실장 등 비서실 측과 박종준 경호처장 사이에 구두로 이뤄지고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다만 경호처는 "비서실에서 어떤 지시도 받은 적 없으며, 경호처는 별개로 독립된 기관"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박 처장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3시간 전쯤 윤 대통령이 주재해 열린 안가 회동에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호출했다고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책임자의 승낙'…키 잡은 최상목, 판단 주목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위원들이 27일 오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관련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은 '책임자의 승낙'이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주로 접촉한 참모는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다. 경호처 측 담당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1차적인 책임자가 경찰을 상대했을 수 있지만 이들의 임명권자이자 최종 책임자는 윤 대통령이다. 직무정지된 이후에는 권한을 이어받은 한덕수 국무총리였으며, 현재는 최상목 권한대행으로 볼 수 있다.

한 총리는 권한대행 시절 압수수색과 관련한 어떠한 관여도, 지시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017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은 전례를 따른 것으로도 보인다.

한 총리는 권한대행이 되면서 대통령 비서실의 보좌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직무정지 됐지만 대통령실 참모들의 간단한 비공식 보고 정도는 받을 수 있다. 이에 비서실이 한 총리와 윤 대통령의 일종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이와 함께 비서실과 경호처간 지시 의혹, 윤 대통령의 수사 지연 움직임과 한 총리의 '모르쇠' 입장이 서로 맞물리며 전체적으로 방어진을 구축한 구도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 '열쇠'는 최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압수수색 협조에 대한 그의 판단은 이번 내란 사태 해결과 수습 의지를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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