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우리 아이 대치동 보내야 할까요”…현실판 선행학습 궁금증 풀어드립니다 [톡톡 에듀]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4. 12. 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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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차 입시전략전문가에게 듣는 초·중·고 교육 로드맵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 인터뷰
초등학생 때는 자존감 높이고 중학교 선행은 고1 과정까지
고등학교는 수시·정시 전략 따라 학교 선택해야
학군지 이동은 중3 전까지는 결정할 필요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 [사진=메가스터디]
자녀가 언제 학군지에 들어가고, 선행은 어디까지 하면 좋을지 콕 집어 얘기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가 문·이과 중 어떤 성향인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전국의 많은 부모들의 걱정이 크게 줄 것이다. 그렇게 공부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성적표를 분석해 수시와 정시 중 어떤 전형이 유리한지, 어느 대학 어떤 과에 지원하면 합격 가능성이 높은지 알려준다면 줄을 서서라도 만나고 싶을 테다.

28년째 입시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런 학부모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입시 전문가다. 12월 이맘때만 되면 다짜고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를 내미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지하철 타기가 무서울 정도였다고 한다. 수험생 학부모와 학생들의 간절함을 알기에 남 소장은 가던 길을 멈추고 5초간 성적표를 들여다본 후 대학 3곳을 적어서 돌려줬다.

1년에 전국을 돌며 개최하는 입시 설명회만 약 100건, 설명회에서 만나는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최소 2만명이 넘는다. 유튜브가 발달하기 전에는 대입 설명회가 열린 잠실체육관에 한꺼번에 1만2000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선행은 어디까지 하는 게 좋은지, 학군지에는 꼭 들어가야 하는지, 초·중·고교별 학습 전략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지난 24일 서초메가스터디학원에서 만난 남 소장에게 물었다.

- 최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많이 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 어렸을 때부터 과목별로 체력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그 체력을 초등학생 때부터 만들었는지, 중·고등학생 때 만들었는지는 각양각색이다. 개념이나 학업 능력을 완성시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올라온 학생들을 최상위권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친구들은 욕심이 있다. 공부 범위가 1부터 10까지라고 하면 끝냈다고 만족하지 않고 정말 끝냈는지 확인한다.

학원을 많이 다닌다고 성적이 올라오지는 않는다. 본인한테 체화시켰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어렸을 때는 학원 많이 다니는 게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범위가 많지 않고 깊이도 얕아 기본개념을 닦기 위해 학원에서 무한 반복을 시키고 학생들에게 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때 너무 욕심을 내서 선행을 계속하면 양적 팽창이 돼 체화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때그때 충실하는 게 최상위권의 기본이다.

- 최상위권 학생들은 아빠와 관계가 좋거나, 가족이 화목하다고 하는데 실제 교육 현장에선 어떤지 궁금하다.

▶ 아무래도 그렇다. 성장기 때는 본인의 고민이 없어야 학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다는 건 정서적으로는 불안정한 면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친구 관계만 안정되면 정서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상태가 된다. 그래야 공부할 때 동기부여가 되고 추진력이 생긴다.

부모님이 계속 싸우면 고민을 안고 가야 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저해된다. 그런 환경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정말 극소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이 입시설명회에서 대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메가스터디]
- 전국을 돌며 입시 설명회를 하고 있다.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른가.

▶ 대구와 광주가 적극적인데 교육열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스스럼 없이 질문하는 분위기다.

- 초등학생 때부터 중·고등학교 과정을 선행 학습한다. 미리 공부하는 게 좋은 대학 가는 데 유리한가.

▶ 중·고등학교 정규과정을 밟아나갈 때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나 특수목적고등학교에 갈 때나 중학교 내신성적이 반영되지, 일반 고등학교는 중학교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다.

중학생 때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하는 게 맞지 않냐는 분들이 있는데 고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 선행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공통 기본과정은 중학교의 범위를 아우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받아들이기도 쉽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과목이 분화되고 깊이가 깊어져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중학교 과정과 고1 과정은 연계되지만, 여기에 심화 학습을 하려면 그 전까지 공부가 완성이 돼 있어야 한다. 고1 과정까지 완성이 돼 있는 학생은 선행을 해도 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시교육청 모의고사인 고등학교 1학년 10월 학력평가를 풀어서 국어든 수학이든 시험 점수가 잘 나오면 고교 2학년 과정으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직전에 배운 단원은 잘 할 수 있지만 예전에 배운 과목은 잊어버릴 수 있다. 전 단원을 이해하면서 고1 과정을 끝내는 게 중요하다.

- 영어유치원을 두고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다. 어렸을 때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게 입시에 도움이 되나.

▶ 영어는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좋아하면 계속 진도를 나가면 된다.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수 있고, 범위가 없는 과목이기 때문에 공부해 놓으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어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내신과 수능에 따라 다르다. 내신에서는 영어가 중요하다. 입시에서는 외고에 가거나 어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경우에는 중요하지만, 다른 일반 학과에 가는 경우 영어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주요 학군지에서는 ‘영어를 빨리 끝내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겠다’는 학생들도 있는데, 어렸을 때 배운 영어와 수능 영어는 다르다. 만약 어렸을 때부터 수능 영어를 가르친다면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매경DB]
- 대치동, 목동 등 학군지에서 공부하는 게 좋은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되나.

▶ 아이의 성향을 봐야할 것 같다. 대치동은 자아가 형성되기 전에 엄마 손에 이끌려 공부하면서도 ‘나만 많이 하는 게 아니구나, 다들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비교할 수 있는 게 학원 시험밖에 없고, 학원에서는 1~10등까지 줄을 세우니 학부모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아이한테 경각심을 주는 게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어디에서 다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억지로라도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아이라면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대학교 잘 가는 게 목적이라면 고등학교 올라갈 때는 선택해야 한다. 대치동은 근처 고등학교 상위 5%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시로 대학에 간다. 나머지 90% 학생들은 대치동에서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가 어렵다. 다른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 최상위권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이동했을 때 실효성이 커진다. 반대로 고등학생 때 다른 지역에서 대치동으로 들어오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의 열정을 키우고 학력을 키우려면 대치동이 좋은 동네이지만, 내신 성적 등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에 남아 있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 입시가 100m 달리기 뿐이라면 대치동에 가야 하겠지만, 높이뛰기와 넓이뛰기 등 다른 종목도 있다. 아이가 뭘 잘하는지 판단해 100m 달리기를 잘하면 대치동으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 있는 것이다. 이동은 중학교 3학년 전까지만 결정하면 될 것 같다.

-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시기별로 공부 전략이 달라야 할 것 같다. 각 시기에 부모는 어떤 것을 신경써야 하나.

▶ 초등학교 때는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발표할 때 제일 티가 나는 과목은 영어, 수학, 사회다. 자녀가 뭘 배우는지 미리 확인해 지리 수업과 관련해 여행을 다녀오거나 일상 생활에서 정치·사회 이야기를 해주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게 좋다. 아이로 하여금 ‘내가 힘도 세고 학업에도 자신 있고 리더십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만 선행하면 된다. 고등학교 1학년 10월 학평을 기준으로 점수가 좋으면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을 선행해도 좋다.

고등학교 때는 내신이 중요하다. 2028 대입 제도 개편에 따라 내신이 더 중요해진다. 어느 고등학교를 가는 게 유리할지 결정해야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과목 100점을 맞아보면 어떨까. 담임 선생님부터 학년 부장, 교감·교장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학생 꿈이 무엇인지, 학교에서 어떻게 도와주면 될지 물어볼 것이다.

- 가장 점수 올리기 힘든 과목은 무엇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얼마나 더 오래 걸리냐의 차이지 공부하면 다 오른다. 다만 성과가 안 나오면 기본만 시켜야 한다. 학부모들이 자녀가 약한 과목을 계속 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국어 영역에서 고전문학이 어려워서 못 풀어도 1등급 받을 수 있다. 수학을 못하면 기초체력만 키우도록 하고 더 잘 하는 과목을 시켜라.

- 재수를 고민하는 수험생에게 조언하자면.

▶ 재수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학생은 국수영탐구 중 한 과목에라도 강점이 있는 친구들이다. 전과목 다 성적이 낮으면 학업 계획 세우기가 어렵다. 반면 잘하는 과목이 뚜렷하면 점수를 올렸을 때 성취감도 맛볼 수 있고 다른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야할 지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1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에 모든 과목을 밀어 올리려고 하면 힘들지만, 한 두 과목만 올린다고 하면 힘이 좀 덜 들지 않나. 제일 잘할 수 있는 과목이 뭔지 정해서 1~2월에는 잘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성과를 내고, 이걸 추진력 삼아 다른 과목을 공부해봐라.

- 끝으로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기성세대는 자꾸 자녀에게 지도라는 명목으로 지시하려고 한다. 아이들도 다 생각이 있다. 공감해주는 게 중요하다. 자녀가 힘들어 하면 먼저 알아채고 ‘안 해도 된다’고 얘기해줘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운동선수라고 생각해야 한다. 축구선수는 축구만 하고 축구에 필요한 체력만 키운다. 손흥민도 농구나 배구를 했으면 지금처럼 못했을 수 있다. 내 아이가 뭘 못할까를 빨리 알아채고 잘 하는 것을 북돋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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