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박찬욱 봉준호’는 정말 없나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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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영화계는 암울하다.
영화계는 10년 전쯤부터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이을 새로운 재능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남다른 감독들이기는 하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성취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언제까지 박찬욱, 봉준호냐"는 푸념이 영화계에서 종종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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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영화계는 암울하다. 웃는 영화인이 많지 않다. 흥행 수치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상태로 아직 회복되지 못해서다. 마스크를 벗어 던진 지 오래됐지만 영화계는 팬데믹 후유증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치만 우울한 게 아니다. 다음을 이끌 세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영화계는 10년 전쯤부터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이을 새로운 재능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나홍진, 연상호 감독 등이 후계자로 지목됐으나 그들이 정말 ‘포스트 박찬욱 봉준호’인지에 대해선 의문 어린 시선이 있다. 남다른 감독들이기는 하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성취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언제까지 박찬욱, 봉준호냐”는 푸념이 영화계에서 종종 나오는 이유다.
박찬욱(61) 감독은 1960년대 초반 세대를, 봉준호 감독은 1969~1971년 출생 그룹을 각기 대표한다. 박 감독을 간판으로 하는 60년대 초반 세대는 제법 화려하다. 김성수(63) 감독과 강제규(62) 감독, 허진호(61) 감독, 김지운(60) 감독 등이 박 감독과 엇비슷한 연배다. 1969~1971년에 태어난 감독들은 2000년대 한국 영화산업을 이끌었다 해도 과하지 않다. 김한민(55) 감독과 민규동(54) 감독, 황동혁, 김용화, 최동훈, 장준환(53) 감독 등이 있다. 박 감독과 봉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 휘황한 빛을 내 온 두 ‘황금 세대’를 상징한다.
영화계에 될성부른 새 세대가 나타날 조짐이 아예 없었던 걸까. 그렇지는 않다. 독립 영화를 토양 삼아 개성과 재능을 싹 틔운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상업 영화쪽으로 넘어오면서 안착하지 못했다. 올해만 돌아봐도 안타까운 사례들이 잇따랐다.
지난 5월 개봉한 ‘설계자’는 완성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관객은 52만 명으로 손익분기점(270만 명 추정)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설계자’의 이요섭 감독은 저예산 영화 ‘범죄의 여왕’(2016)으로 주목 받은 신예다. ‘댓글부대’(3월 개봉)의 안국진 감독 역시 유망 신진으로 여겨졌다. 안 감독은 저예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로 백상예술대상 각본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댓글부대’는 관객 97만 명이 보며 적자(손익분기점 200만 명 추정)를 면치 못 했다. 독립 영화 ‘독’(2009)과 ‘1999, 면회’(2013) 등을 발판으로 상업 영화 ‘굿바이 싱글’(206)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은 더 처참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김 감독의 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7월 개봉)는 관객 68만 명(손익분기점 400만 명 추정)에 그쳤다.
신진 감독들이 상업영화 쪽에서 낭패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석 같은 그들의 개성을 다듬어주고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시스템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프로듀서의 역할이 줄어들고, 투자배급사의 힘이 지나치게 세지면서 신진들이 재능을 원활하게 발휘하기 쉽지 않다.
올해도 ‘장손’(감독 오정민)과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 ‘해야 할 일’(감독 박홍준) 등 빼어난 장편 데뷔작들이 독립 영화계에서 선보였다. 이들이 한국 영화 산업을 견인할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는 천재의 등장을 기다리기보다 산업 시스템 점검이 필요한 게 아닐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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