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동승’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세상에 이런 법이]

권혜진 2024. 12. 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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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12월3일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이 타시겠어요?”

어느새 연말연시다. 길었던 무더위 끝에 짧은 가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폭설과 함께 겨울이 왔다. 얼마 전 폭설을 헤치고 오랜 지인들을 만났다. 올해는 얼마 남지 않았고, 폭설이라 하여도 자주 보기 힘든 지인들을 만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즐거운 시간 끝의 헤어짐은 아쉽기 마련이다. 다소 이른 새해 인사를 끝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한 차로 움직이기도 한다. 모임 끝의 ‘동승’은 흔한 일이다.

차에 타는 사람도, 차에 태운 사람도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에 기해 동승을 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계약관계 없이 무상으로 자동차에 동승하는 것을 ‘호의동승(好意同乘)’이라 지칭한다.

그러나 호의가 비극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비극의 결말에는 호의와 같은 온정은 없고 비정한 법률상의 책임이 남곤 한다.

먼저 ‘민사적인 비극’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경우로는 누군가의 차를 함께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호의동승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때다.

운전자는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로 동승을 제안했을 뿐이다. 이런 경우에도 피해자인 호의동승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까. 물론 있다. 호의로 시작된 관계라고 해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생명 또는 신체에 손해를 입은 사람은 그 자동차의 운행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호의동승자는 운행자가 아닌 타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호의동승이라 해도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손해배상액의 산정은 어떠할까. 운행의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도 아닌데 호의를 베푼 자에게 엄중히 손해배상액을 따져 묻는 것은 부당하지 않을까. 반대로 돈을 내고 탄 승객이 아닌 호의동승자라는 이유로 배상액이 감경되는 것도 다소 억울하지 않을까.

법원은 기본적으로 호의동승 자체를 배상액의 경감 사유로 삼지는 않는다. 그러나 호의동승자에게 손해의 발생 혹은 확대에 대한 과실이나 원인이 없다 해도, 호의동승자가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배상액이 감경되기도 한다.

실제 법원은 운전자가 술에 취했으며 차량이 이미 정원 초과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동승했다가 사고를 당한 사례에서 피해자인 호의동승자에게 40%의 과실상계를 인정하여 손해배상액을 감경했다.

그렇다면 호의동승자는 운행자에게 안전 운행을 촉구해야 할 의무까지 있는 것일까.

법원은 호의동승자에게 그런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원은 “차량에 무상으로 동승했다고 해도 그 사실만으로 운전자에게 안전 운행을 촉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차량 운전자가 현저히 난폭운전을 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상당할 정도로 우려된다는 것을 동승자가 인식할 수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한 차량 동승자에게는 그 운전자에게 안전 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없다”라고 판시했다.

정리하자면 사실 누가 보아도 객관적으로 사고가 예상되는 상황(가령 음주운전, 안전띠 미착용, 난폭운전 등)의 경우라면 호의동승자는 운전자에게 안전 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안전 운행을 촉구하지 않은 경우 내가 입은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형사적인 비극은 음주운전 운행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한 경우이다.

형법 제32조에 따르면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차량의 운행자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막지 않고 동승한 경우 호의동승자 또한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음주운전 차량 동승하면 ‘교사죄’ 혐의도 적용 가능

방조범의 처벌 또한 가볍지는 않다. 방조의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처벌 형량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음주운전 방조죄가 성립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더군다나 운행자의 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상해 및 사망까지 한 경우라면 단순 방조죄가 아니라 교사죄 혐의가 적용되어 형량은 가중될 수 있다.

실제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서 법원은 동승자에게 음주운전을 방조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교사를 했다고 판단해 공동정범으로 보고 징역 6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방조범이든 교사범이든 동승자는 음주운전자와 공범이 되는 것이고, 형사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질 우려도 상당하다. 이 정도면 호의가 아니라 악의(惡意)가 아닌가 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연말연시는 다른 때보다 더 온정을 베풀고 또 베풀어준 온정에 감사하는 시기다. 오가는 온정 속 동승의 제안과 수락도 오고 갈 것이다. 부디 운전자와 동승자가 모두 안전한 호의동승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는 또 만나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행복한 연말연시, 안전한 호의동승 하시길!

권혜진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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