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향한 합종연횡…국내 콘텐츠 업계가 살 길은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12. 28. 09: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렌드 언박싱] (글 : 기묘한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 발행인)

 
기묘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의 발행인으로,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뉴스레터를 통해 업계 현직자의 관점을 담은 유통 트렌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https://trendlite.stibee.com/ ]
 

합종연횡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의 외교 전략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당시 강대국 진나라에 맞서 나머지 6개국이 힘을 합치자는 합종책과, 반대로 진나라와 각각 동맹을 맺어 개별적인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연횡책으로 나뉜다. 결과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연횡의 승리로 끝난다. 6개국은 끝내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고, 마침내 진나라는 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통일했다.

최근 OTT(Over The Top) 시장을 보고 있자면, 이 합종연횡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OTT 시장의 진나라는 누가 뭐래도 넷플릭스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한때 '콘텐츠 제국'으로 불리던 디즈니마저 넷플릭스의 기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넷플릭스의 독주가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합종 전략이 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내 토종 OTT를 대표하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었다. 아예 하나로 뭉쳐 넷플릭스와 경쟁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해외 서비스들 역시 직접 진출 대신 제휴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처음엔 티빙과 손을 잡았다가 계약 종료 후 쿠팡플레이와 제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021년 국내에 직접 진출했던 애플 TV+는, 파라마운트+와 결별한 티빙과 손을 잡고 프리미엄 구독자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디즈니+도 콘텐츠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중파 방송사와 협력을 택했다. 대표작 무빙을 MBC에서 방영한 사례가 바로 그 예다. 이 모든 움직임은 서로의 부족한 체급을 보완해 넷플릭스에 맞서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은 건, 합종책이 붕괴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출처 : 네이버

하지만 역사가 말해 주듯이, 합종은 연횡보다 무력했다. 애초에 티빙과 웨이브는 단독 사업자가 아니라 여러 국내 기업이 협력해 만든 플랫폼이었다. 티빙은 CJ ENM, KT, JTBC, 네이버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웨이브는 SK텔레콤과 KBS, MBC, SBS가 지분을 나눠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균열이 발생했다.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를 포함시키며 티빙과의 협력을 약화시켰다. 심지어 내년 3월부로 티빙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콘텐츠 혜택에서 완전히 제외될 예정이다. 지상파 3사 역시 웨이브와의 2024년 9월 콘텐츠 독점 계약 갱신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SBS와 MBC는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시작했으며, 특히 SBS는 넷플릭스와 6년짜리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합종이 연횡에 패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합종의 대가는 불확실하지만, 연횡의 대가는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SBS가 넷플릭스와 협약을 발표한 직후 주가는 급등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SBS 입장에선 웨이브의 성공 가능성에 기대기보단, 당장 넷플릭스와 손잡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택은 결국 넷플릭스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역사 속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OTT 시장은 다를 가능성이 있다. 방송사를 단순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로 본다면, 넷플릭스와의 협력은 오히려 글로벌 성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SBS는 내년부터 일부 신규 드라마를 전 세계 동시 공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시청률 하락과 제작비 상승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해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있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가 이미 넷플릭스에 종속되었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좋은 시나리오는 가장 먼저 넷플릭스로 향한다고 할 정도다. 만약 공중파 방송사들마저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된다면, 대부분의 수익은 넷플릭스가 독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작의 주도권은 일부 내주더라도, IP를 활용한 추가 수익 모델을 만든다면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해진다. 출처 : GS25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