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부부별성

그런데 기자들은 결혼 후에도 결혼 전 성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의 바이라인이 바뀌면 독자들이 같은 기자가 쓴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집필이나 출연, 강연 등 외부 활동은 나리카와로 해왔다. 학교 등록은 어쩔 수 없이 여권대로 했지만 박사 논문만큼은 나리카와로 내고 싶었다. 학교 측 설명에 의하면 대학 등록 이름과 논문 이름은 같아야 하지만, 등록된 이름을 바꿀 수 있다고 해서 변경 절차를 밟아서 등록도 논문도 모두 나리카와 아야로 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일본은 남녀평등의 나라가 아니라고 느낀다. 법률상은 남편이 아내의 성으로 바꿔도 되지만, 실제로는 95%의 부부가 아내가 남편 성으로 바꾼다.
부부가 같은 성을 쓸지, 결혼 전 성을 유지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부부별성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왔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10월 일본 정부에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을 권고했다. 4번째 권고다.
국민의 70% 이상이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는데 정치권이 도입을 막고 있다. 특히 자민당 보수파 중 반대가 많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태도도 명확하지 않다.
도입에 반대하는 보수파는 부부가 같은 성을 쓰는 현행 제도가 ‘일본 고유의 제도’라고 주장하는데, 부부동성이 법률로 정해진 것은 1898년이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도입된 제도인데 일본 고유의 제도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유의 제도라고 해도 그 제도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많다면 당연히 고쳐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도 선택이니까 같은 성을 원하면 허용해야 한다.
10월 중의원 선거로 자민당 의석수가 줄었고, 자민당 내에서도 도입에 찬성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내년엔 선택적 부부별성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 이상 부부동성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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