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재판 기일 넉넉히 잡아 달라"…헌재 "신속한 심리 필요"
‘12·3 비상계엄 사태’ 24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본격적인 재판 절차에 들어갔다. 첫 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가 적법했는지부터 헌재의 송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 기일도 넉넉히 잡아 달라는 요구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사건의 성격을 감안해 신속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을 문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형식 재판관이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에 대해서 다툴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 대리인 배보윤 변호사는 “있습니다. 구체적인 건 답변서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은 이달 7일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부결된 안건이 같은 회기에 다시 발의될 수 없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국회는 11일 임시회를 열고 14일 ‘2차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런 의결 과정이 적법했는지 다툴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대통령 탄핵심판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심리를 이어가겠다고는 뜻을 강조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다음 기일을 일주일 뒤인 2025년 1월3일 오후 2시로 정했다고 밝히며 “피청구인 측에서는 기일이 촉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면서도 “하지만 이 사건 탄핵심판이 우리 국가 운영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중대성을 고려하여 저희가 기일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소추인 측에 비해 변호인단(대리인단) 수도 적고 저희가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일을 너무 빨리 잡으면, 저희가 소송을 지연한다는 게 아니라,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희 입장을 고려해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정형식 재판관은 탄핵심판이 일반 형사소송과 다르다는 점을 짚으며 신속하게 심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재판관은 “헌재에 탄핵 사건이 여러 건이 들어와 있다. 이 사건은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사건이지만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 중요하다”며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되는 사건부터 먼저 하자고 (논의) 했다”고 했다.
이날 재판은 우여곡절 속에 청구인인 국회와 피청구인인 대통령 측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까지 대리인단을 구성하지 않아 재판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헌재는 다만 준비기일이 피청구인만을 위한 절차가 아닌 만큼 대통령 측이 불출석하더라도 예정한 재판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윤 대통령 측이 헌재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것은 이날 오전 9시쯤이었다. 오후 2시에 예정된 첫 준비기일을 약 5시간 앞두고 대리인 구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대리인단은 선임계를 내며 이날 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신청을 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미선 재판관은 그러나 “오늘 준비되지 못한 부분은 추후 주장을 제출할 수 있고 소추의결서, 준비기일 통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됐으며 양측 당사자가 출석해 준비기일 개정에 문제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청구인 대리인 선임이 늦어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을 것을 감안해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기일을 속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선 이날 아침부터 탄핵을 촉구와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뒤엉켰다. 특히 각자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이용해 유튜브 영상 등을 촬영하는 이들이 헌재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다투는 소리에 헌재 앞은 종일 소란스러웠다. 이날은 진보·보수 단체의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헌재 앞에는 ‘탄핵 반대’ 등을 요구하는 화환 수백개가 놓여 기괴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화환은 헌재가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기 시작한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배송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화환이 정문에서 인근 북쪽 골목까지 120m가량 빼곡히 둘러싼 상태다. 화환이 인도를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등 불편이 이어지면서 헌재 측은 “통행 지장 및 보행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화환 설치가 불가하다”는 안내문까지 붙였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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