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집중투표제, 고려아연 선택하고 MBK 반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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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중투표제가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다음달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상정했는데, MBK 연합이 반발하면서입니다.
집중투표제는 그간 한국 재계와 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되지 않았던 방식입니다. 집중투표제는 1870년 미국에서 일리노이주 주하원 의원을 선임하기 위한 방식으로 최초 도입됐고, 이후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상법개정으로 집중투표제를 전격 도입했으나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집중투표제가 작동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외부 추천 인사를 진입시키기 위한 방도로 곧잘 활용되기 때문에 재계가 반대 입장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선호할 법한 집중투표제를 왜 고려아연이 꺼내들었을까요?
지분율 낮아도 표 대결에서 특정 이사에 '몰아주기' 가능
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할 때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면 ‘몰아주기’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 선임되는 이사의 수가 5명이라면 주식 1주를 가진 주주는 5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주는 이 표들을 특정 이사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수주주라도 이들이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MBK-영풍 연합보다 더 적은 지분을 보유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낸 이유입니다.
실제로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에 집중투표제 시행을 요구, 가결됐습니다.
이를 통해 플래쉬라이트가 지지한 손동환 사외이사가 선임,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추천 인사가 KT&G 이사회에 합류한 사례가 됐습니다.
집중투표제 안건에서 결국 표 대결로 승부
다음 달 집중투표제가 고려아연 임시주총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입니다.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임시주총에 참여하는 MBK연합 측 지분율은 40.97%로, 최윤범 회장 측보다 6~7%p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단순히 지분 구도를 놓고 보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가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현행 상법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최대 3%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주주가 지분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든, 결론적으로 MBK연합 측 고려아연 지분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이 안건에 한해서는 단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투표제 안건에서도 표 대결이 불가피합니다. 고려아연 지분 4%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 판가름이 날 전망입니다.
집중투표제 도입 시 분쟁 장기화 가능성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MBK 연합이 의결권 기준으로 과반에 가까운 46.7%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집중투표제로 인해 당장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긴 어렵게 됩니다.
고려아연 측은 "소액주주의 권리 향상을 위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MBK 연합 측은 "집중투표제를 악용해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MBK가 집중투표제에 반발하는 배경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당초 주장과는 상반된 모순된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소액 주주 목소리가 커지면 MBK가 투자금 회수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MBK 연합 측은 이번 제안이 "의결권 확보를 위한 꼼수이자 불법"이라며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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