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권영세, ‘탄핵의 강’ 넘고 ‘유승민·이준석’ 끌어당길까 

변문우 기자 2024. 12.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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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 투쟁’은 권성동, ‘당내 통합’은 권영세…‘도로 친윤당’ 비판은 부담
‘범보수 단일후보’ 만들 ‘게임의 룰’ 끌어낼지 주목…“비주류 품는 모습 필요”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검사 출신의 '보수 용병' 윤석열·한동훈의 시계가 멈추자, 다른 검사 출신의 '보수 터줏대감' 권영세·권성동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8년 만에 찾아온 '탄핵의 강' 국면에서 국민의힘 방향타를 잡게 된 두 뱃사공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①'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과 그에 따른 현재의 국정 혼란을 진정시키고 ②부정선거와 내란을 옹호하는 이미지로 굳어진 당을 쇄신해 바닥을 친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③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물론 ④야권의 단일대오 집중공세에 맞서 ⑤다가올 '조기 대선'을 지휘해야 한다. 지금의 당권 투톱 자리가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이유들이다.

탄핵 위기의 대통령을 배출한 당에서 차기 정권을 사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민심 전광판은 더불어민주당 대비 '반 토막' 점수를 국민의힘에 주고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까지 수개월이 남은 만큼 위기를 반전시킬 시간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영세·권성동' 투톱 지도부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재건하거나, 조기 대선 경선 과정에서 차별화된 룰을 만들어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집 나간 민심이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절망 속 희망'을 이들은 품고 있다. 과연 '권영세·권성동' 투톱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까.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12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를 나누며 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재창당 수준'의 쇄신으로 지지율 반등 모색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 혼란 속에서 사상 초유 '일곱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용산에서 5선을 달성한 권영세 의원이 맡게 됐다. 그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검찰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는 만큼, 여권이 임계점에 달한 야권의 공세 위기를 또 한 번의 '검사 리더십'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는 평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소통과 설득 대신 '빠른 결단력'과 '범죄자 척결 의지' 강점을 가진 리더십이 내부적으로는 탄핵·분열 위기의 당을 단결시키고, 외부적으로는 사법 리스크를 가진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의 면면을 보면 다른 점도 존재한다. 일단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통할 만큼 뚜렷한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로 꼽힌다. 그는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대선 승리를 돕고 정권 출범 후 첫 원내대표를 맡았다. 윤 대통령과는 직접 연락을 긴밀히 주고받는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의 정국에 대해서도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초래한 위기에 대해 반성의 메시지를 내는 대신, 민주당을 타깃으로 "겁박 정치"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를 목적"이라며 특유의 검사 화법을 동원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반대로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계파색은 뚜렷하지 않다. 권 위원장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동문인 동시에, 검찰 선후배(권 위원장이 선배) 사이기도 하다. 권 위원장은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본격 친윤계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또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초대 통일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이렇게 보면 그는 확연한 '친윤계'로 분류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권 위원장의 정치 행보 전체를 놓고 본다면, 통상적 '친윤계' 인사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도 나온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친이(親이명박)계와 친박(親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치열할 때 중립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또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선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후보 간 지지 선언 경쟁이 한창이던 중에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했다. 이어 경선이 끝난 후에야 윤 후보의 선대본부장으로 투입돼 선거를 이끌었다.

특히 권 위원장은 여권에서 보기 드문 '친중(親중국)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는 앞서 중국대사를 역임하며 친중 행보를 보였던 것은 물론, 윤석열 정부 통일부 장관 시절에도 대북·대중 현안과 관련해 중도적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국내 반국가 세력을 잡겠다'며 대북 공세 수위를 높였던 윤 대통령의 기조와 결이 달랐던 셈이다. 권 위원장이 당시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유도 사실상 윤 대통령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정치권에 돌았던 바도 있다.

이처럼 매사 소신과 중립 노선을 추구하며 당 내홍을 수차례 중재해온 면모가 그에게 중책이 맡겨진 핵심 이유로 작용했다는 것이 여권 측 설명이다. 결국 야당과 맞서 싸우는 돌격대장 역할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수행하고, 권영세 위원장은 당내 통합과 쇄신을 이끄는 투트랙 포지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강성 친윤' 스피커라면, 권영세 위원장은 친윤 주류층과 비윤(非윤석열) 비주류층의 '교집합'"이라며 "각자의 포지션을 통해 끌고 당기는 역할을 배분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물론 당내에선 여전히 권영세·권성동 투톱 체제에 대한 거부감도 표출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직간접적 친윤계로 분류되는 만큼 당의 쇄신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검사 출신의 보수 용병 격인 '윤석열·한동훈' 듀오가 공동 몰락한 상황에서 검사 출신들이 다시금 전면에 나서면 국민의 반감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비윤(非윤석열)계인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에 몰렸고,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렸던 전임 당대표가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그런데도 비슷한 부류의 친윤 인사들이 당 수습의 핵심 역할로 나선 것은 상식과는 거꾸로 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권영세 의원이 12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대국민 사과' 다음은 '통합 비대위' 인선?

이 같은 상황에서 권 위원장이 어떻게 반전 드라마를 쓸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권 위원장은 핵심 슬로건으로 '당의 안정'을 내세웠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쇄신은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질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안정인데 단합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 있겠나. 그런 부분에서 당의 안정과 쇄신은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권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전향적 태도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르면 12월30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은 물론 윤 대통령의 오판에 대한 내용을 언급할 예정이다. 그는 "국민들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과가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사과드릴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중도층을 비롯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후 권 위원장이 '통합' 메시지를 실천할 가장 첫 단계는 비대위 인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위원장 입장에선 '도로 친윤당'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당내 비주류층으로 꼽히는 비윤계나 친한(親한동훈)계를 포섭해 비대위원으로 등용할 가능성이 크다. 친한계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철저하게 분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당 이미지를 반드시 벗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 위원장도 "고민을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들과 함께 앞으로 그려 나갈 당의 쇄신 이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 해체 후 재건"(김태흠 충남지사) 수준의 쇄신이 아니고선 위기 반전을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지지율에선 민주당에 '더블 스코어' 차이로 뒤처져 있다. 한국갤럽이 12월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응답률 15.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 민주당은 48%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2월19∼20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응답률 5.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에서도 국민의힘 지지도는 29.7%로 민주당(50.3%)에 20.6%포인트 차 열세였다.

여기에 만약 윤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한 '플랜B'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권 위원장이 '통합' 메시지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경선 판을 새롭게 짜는 시도를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테면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잠룡들도 경선에서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게임 룰'(당원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인 기존 안을 당심을 줄이고 민심을 늘리는 안)을 만들거나, 국민의힘 당대표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보수 후보 단일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들이 여권 잠룡으로 전면에 나온다면 '이재명 1강' 독주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나 "정권 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항마'로서 우리도 긴장하게 할 인물은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큼은 막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단일대오가 필요하다는 당 내부 논리만 내세워서는 국민의 눈높이를 전혀 맞출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과 싸우는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간다는 새로운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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