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의 여의도리뷰] 권한대행 권한 행사도, 탄핵 요건도 `이현령비현령`
헌정사 세 번째의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를 지내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제는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될 가능성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결국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후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취했던 민주당이 고작 2주만에 표정을 바꾸고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가장 큰 이유는 한 권한대행의 법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결정 두 가지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 개정안까지 총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를 각각 겨냥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에 큰 불만을 표현하면서 마지막 카드로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선출에 대한 임명권을 즉시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본회의를 열기 직전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보류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직후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바로 발의하면서 결국 대행 탄핵 소추까지 이르게 됐다.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다만 실질적으로 권한대행이 어디까지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제각기 각 진영에 유리한 방식의 해석이 이뤄지고 있다.
야당은 이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적극 행사했으면서 국회 선출이나 대법원장 지명과 같은 형식적 임명권은 행사할 수 없다는 한 권한대행의 주장이 궤변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에서는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 중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는 행사할 수 있지만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은 행사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어느덧 세 번째에 이른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권한대행' 사례에 비추어 보면 야당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법률안 거부권 행사도 여당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장관급 인사 임명안도 모두 이미 경험이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62일간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총리는 사면법 개정안과 거창 양민학살사건 보상 특별법 등 2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두 법안 모두 한나라당이 발의한 법안이었다. 해당 법안은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황교안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중 임기가 만료된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직접 지명하지는 못했으나, 탄핵심판이 끝난 후 임기가 만료된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직접 신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권한대행이 직접 인사권을 실행하지는 못하지만 국회나 대법원장 등이 실행한 인사권에 대한 임명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역시 최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대법원장 추천 대법관 후보자 1인에 대해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국무총리인 한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 역시 논쟁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간주해 의결 정족수를 200명(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봐야 한다는 여당 측 의견과 국무총리로서 재적 의원 과반수인 151명이 찬성하면 된다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는 이번이 처음이라 사례를 찾을 수도 없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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