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51석 가결로 韓대행 탄핵 땐… 위헌성 놓고 또다른 혼란 불가피

김정환 기자 2024. 12. 27. 00: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번 무너지는 정부] 오늘 초유의 대행 탄핵안 표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26일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선출안 표결을 위해 소집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의 오른쪽부터 박찬대 원내대표, 김용민 원내 수석부대표(뒷모습), 박성준 원내 수석부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7분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보고했고,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오후 7시 경복궁 앞에서 열린 한 대행 퇴진 촉구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주장하는 한 대행 탄핵소추 사유와 탄핵안 의결정족수(定足數)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 표결 이후에도 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소추안에서 5가지 탄핵소추 사유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①국무총리 시절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②12·3 비상계엄에 가담 혹은 동조했고, ③비상계엄 사태 수습과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른바 ‘한-한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④권한대행이 된 이후에도 내란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고, ⑤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 사실상 임명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김하경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에 관해 피소추자(한 대행)에게 건의했고, 피소추자가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도 탄핵소추안에 담았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계엄 선포를) 국무총리에게 먼저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김 전 장관이 명확히 얘기했다”고 주장한 것을 탄핵안에 그대로 담은 것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한 총리는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주요 인물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은 “한 대행은 12월 3일 오후 9시쯤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직접 듣기 전까지 어떤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도 이후 “총리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것은 국무회의에 대통령이 임석하기 직전 총리에게 계엄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한 대행 측은 이와 관련해서도 “한 대행은 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 때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에 대하여 어떤 말도 들은 바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알린다”고 밝혔다.

한 법조인은 “민주당이 수사를 통해 진위가 규명돼야 할 의혹이나 일방적 주장, 심지어 탄핵소추 당일 보도된 기사 등을 탄핵소추안에 담았다”며 “졸속 탄핵소추란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행이 ‘여야 합의 시 헌법재판관을 즉각 임명하겠다’고 밝혔는데도 탄핵소추안에 한 대행이 ‘임명을 거부했다’고 적시한 것은 왜곡”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처음이다 보니, 탄핵안 의결정족수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점이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을 탄핵소추하려면 대통령 기준인 재적 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170석의 민주당은 국무총리 기준인 재적 과반(151명)이 찬성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결국 이 문제도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을 내야 할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총리 기준(151명 이상 찬성)으로 적용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 대변인은 “의결정족수를 151명 이상 찬성으로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할 수 있게 하는 셈이라 국민의힘의 표결권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우원식 의장이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판단해 탄핵안 가결을 선언할 경우, 한 대행은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서를 통보받는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한 대행은 추후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이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탄핵소추안 표결 전에 사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심판

헌법상 국가기관 간에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권한 범위 등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심사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