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광장에 선 2030 여성들의 ‘이유 있는 분노’
지난해 15~39세 여성 임금
동일 연령 남성의 71% 그쳐
자녀 생긴 이후 고용률 급감
맞벌이에도 가사 남성의 3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2030 여성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국회 앞 촛불집회 참여자 42만명 중 3분의 1은 2030 여성이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장애인·농민·노동자의 시위·농성 현장에 후원금과 후원 물품을 보내고 있다.
무엇이 2030 여성들을 시위의 장으로 이끌었을까.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격차 1위 등 성차별 문제가 구조적으로 박혀 있다. 2030 여성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통계로 살펴봤다.
한국은 성별 임금격차가 31.2%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위다. 임금노동자의 소득을 줄 세웠을 때 가운데인 중간값(중위임금)을 비교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31.2% 정도 덜 받는다는 뜻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평균(12.1%)의 2.6배에 달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15~39세 여성의 근로·사업 소득이 2447만원으로 청년 남성(3408만원)의 71.8%에 그쳤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1만8113원, 남성은 2만5886원이다.
한국 여성들은 20대에 취업한 후 30~40대에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을 다른 OECD 회원국보다 도드라지게 겪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은 경제활동참가율이 78.7%였지만,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은 53.5%에 그쳤다. 한국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부터 출산·육아로 점차 감소하다가 40대 중반부터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M자형 곡선을 이룬다.
반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5개국에서 여성 고용률은 40대까지 점점 늘어나다 50대부터 감소하는 포물선(∩) 모양이다.
한국에서 유독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자녀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OECD 회원국 중 최장시간 노동국가라는 특수성과 무관치 않다. KDI는 최근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는데, 아이를 낳은 여성의 비중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0∼34세 여성의 고용률은 2010년 53.0%에서 지난해 71.3%로 급증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3명에서 0.72명으로 줄었다.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우니 출산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은 직장을 다녀도 가사노동시간이 길다.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맞벌이 부부의 주당 가사노동시간은 남성 54분, 여성 187분이었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의 3배 이상이다. 남편이 외벌이인 경우 가사노동시간은 남성 53분, 여성 341분이었다. 여성 혼자 벌고 남성이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더 길다. 여성이 외벌이인 경우 가사노동시간은 남성 119분, 여성 156분이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승진할 때 유리천장에 부딪히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2년 연속 유리천장지수 꼴찌다.
여성 비율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정부·입법부·민간기업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OECD 평균(34.2%)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4.6%에 그쳤다. 통계청은 “관리자 비율에서 남녀 격차가 사라지기까지는 140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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