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하늘·무조건 복종’… 조폭의 ‘행동 강령’ 보니

김기환 2024. 12. 2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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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알기를 하늘과 같이 안다' '선배 말에는 무조건 복종한다.'

전북 전주지역 조직폭력배 행동강령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직 강령은 선배의 뜻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조항 일색이다.

A 조직은 '조직원 간 친목을 도모하고 상호 이익을 위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조직 관리를 위해 모두가 지켜야 할 행동 강령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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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알기를 하늘과 같이 안다’ ‘선배 말에는 무조건 복종한다.’

전북 전주지역 조직폭력배 행동강령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직 강령은 선배의 뜻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조항 일색이다.

전북 군산의 A파 소속 조직원이 노상에서 상대 조직원을 구타하는 장면. 군산지청 제공
26일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판결문에 따르면 전주를 기반으로 한 A 폭력조직은 1980년대 지배인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이들이 모여 결성했다.

A 조직은 ‘조직원 간 친목을 도모하고 상호 이익을 위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조직 관리를 위해 모두가 지켜야 할 행동 강령도 만들었다. 세부적으로 ‘선배 알기를 하늘과 같이 안다’, ‘선배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직계 선배에게는 허리를 45도 굽혀 인사하고, 차상급자에게는 90도로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춘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사건도 이 규칙 때문에 발생했다.

A 씨 등은 지난 2021년 7월 9일 전주시의 한 카페 앞에서 다른 폭력조직의 조직원 D 씨(28)에게 위력을 행사하고 싸우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툼은 D 씨가 A 씨에게 "저 문신 봐봐, 깡패인가 봐"라는 말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D 씨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화를 참지 못한 D 씨가 A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차례 폭행했다. 그러자 A 씨는 후배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애들(조직원)을 모아오라"며 지시했고, 얼마 뒤 B 씨와 C 씨 등 조직원 7명이 모였다. 이들은 D 씨를 에워싸고 겁을 주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다만 D 씨가 A 씨와 대화를 통해 다툼을 마무리하면서 큰 싸움으로는 번지지는 않았다.

결국 B씨 등 주범 3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B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조직원 2명에게도 징역 1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단체는 폭력성이나 집단성 때문에 그 자체로도 위험성이 크다”면서 “다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상대와 적극적으로 대치한 시간이 길지 않고 위력 과시 외에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2022년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발생한 이 사건은 양 조직원들이 상대 폭력조직원의 사업장, 주거지 등을 찾아가 야구방망이 등으로 부수고 보복 구타한 사건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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