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 맛 알았나···푸른 꽃게에 골치 앓는 이탈리아, "다 먹어버리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
레스토랑들 꽃게 요리 도입

[서울경제]

이탈리아에서 잡힌 푸른 꽃게. AP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조개 양식 등 전통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외래종 '푸른 꽃게'(블루크랩)를 새로운 식재료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동부 항구도시 베네치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수석요리사 다니엘레 첸나로는 최근 푸른 꽃게를 이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꽃게살을 갈아 생선 모양으로 튀기고, 해조류 우린 물로 만든 감자 퓌레에 올려 생선알과 해초 튀김을 곁들여 내놓는 요리다. 이 메뉴에 대해 첸나로는 "사람들이 외래종인 푸른 꽃게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더 친숙한 생선 모양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첸나로의 사례처럼 이탈리아 전역에서 레스토랑들이 샐러드부터 파스타까지 푸른 꽃게를 이용한 요리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요리사는 "약 1년 전부터 레스토랑에서 푸른 꽃게 붐이 일었다"며 "이제 사람들은 수산업자에게 직접 푸른 꽃게를 사다가 집에서 요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베네치아 인근 마초르보 섬에서 영업하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베니사 관계자는 "우리는 푸른 꽃게가 마늘, 오일, 칠리로 요리한 스파게티와 사프란에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푸른 꽃게는 집게발로 양식장의 그물을 찢고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조개나 홍합을 먹어 치우면서 양식장의 피해 및 해산물 가격 급등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지 생태계 천적이 없어서 급속히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농업단체에 따르면 푸른 꽃게로 인한 이탈리아 어업 피해 규모는 1억 유로(약 1500억 원)로 추산됐다.

이탈리아 어민들은 푸른 꽃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조개와 홍합 양식장에 푸른 꽃게가 끊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강한 그물을 도입하거나, 진흙을 파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저에 합성수지 시트를 까는 것이 대표적이다. 초음파를 이용해 푸른 꽃게를 퇴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8월 푸른 꽃게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고 1000만 유로(약 15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식용으로 꽃게를 이용하는 미국이나 한국, 스리랑카 등으로 푸른 꽃게 수출에 나섰지만 개체 수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