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버티는 윤석열, 감싸는 국힘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2일이 지났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처럼 상식적인 국정 운영이 복구될 거라 믿었지만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은 일고의 반성도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며 수사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내부 분란 끝에 탄핵 반대 세력이 당권을 장악한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내란 비호 행위로 의심을 사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국민의힘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함께 벌이고 있는 사실상의 내란 동조 행위를 분석하고 내란 세력에 대한 수사 상황을 되짚어 봤습니다.
끝까지 국민과 싸우는 윤석열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일체 불응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현재까지 윤 대통령에 2차례 출석을 요구(11일, 16일)했는데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는 16일과 20일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역시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는 26일, 윤 대통령에게 “29일 오전 10시까지 공수처로 출석하라”는 3차 출석 요구를 통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 심판을 위한 각종 서류도 일체 수취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뒤인 16일부터 윤 대통령 측에 접수 통지서, 준비절차 회부 결정서, 준비 절차 기일 통지서 등을 보냈지만 ‘수취 거부’ 상태입니다. 이에 헌재는 지난 23일 ‘발송송달’을 결정하고, 오는 27일 첫 탄핵심판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위태로운 윤석열 탄핵 심판
국회에서는 현재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절차가 극심한 진통을 겪고있습니다. 헌법 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총 9명으로 구성되지만, 지난 10월 국회 선출몫 재판관 3인의 임기가 종료된 후 후임 재판관 임명이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3인의 공석을 그대로 두고 나머지 6명의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그대로 진행할 경우 심판 결과의 공정성 문제가 크게 대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 탄핵의 경우 헌법재판관 최소 6인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의 재판관이라도 내란 행위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 놓거나 절차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탄핵은 기각되고,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됩니다.
게다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의 경우 과거 국정농단 사건 재판 2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한명숙 전 총리 사건 2심에서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한 이력이 회자되면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에 손을 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의 탄핵 소추 논의가 활발하던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인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을 장관급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탄핵 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게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행보도 탄핵 심판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총리가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은 헌법재판관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이 순조롭게 진행 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후순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이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되더라도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임명할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급부상한 노상원, 그를 둘러싼 의혹들
의문의 인물 노상원이 비상계엄 정국에서 급부상했습니다. 노상원 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사령관을 역임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는 1989년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했습니다.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시 노 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의혹을 더불어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고, 이후 경찰이 노 씨를 긴급체포 하면서 비상계엄 당시 노 씨가 한 역할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롯데리아 회동’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노 씨는 12.3 비상계엄을 이틀 앞둔 12월 1일, 정보사령관이던 문상호 사령관 및 정보사 대령 2인과 함께 롯데리아에서 1차 회동을 했습니다. 비상계엄 당일인 3일에는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 등과 함께 2차 회동을 했습니다. 경찰은 이 모임이 계엄 하에 꾸려지는 합동수사본부 외에 별동대 성격인 ‘수사 2단’을 꾸리기 위한 모임이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노상원 수첩’도 규명해야 할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노 씨의 수첩에는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정치인 등) 수거 대상”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잊지 말자, 계엄 부역자들
민간인인 노상원 씨, 그리고 정보사가 12.3 비상계엄 정국에서 무엇을 계획했고, 실제로 무엇을 실행하려 했는지는 철저히 규명돼야 합니다. 하지만 비상계엄 당시 실제 군 병력을 동원한 방첩사, 특전사, 수방사의 역할과 책임도 계속해서 따져야 합니다.
방첩사는 국회에 보낼 국회의원 체포조 49명을 구성하고, 국회의원을 가둘 시설 B1벙커 등을 알아봤습니다. 특전사령관은 최정예 엘리트 부대인 707특임대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의 군인을 국회와 선관위 등에 보내면서 계엄의 손발 역할을 했습니다. 수방사 역시 200명 이상의 군인을 국회에 보냈습니다. 대표적인 충암파 라인으로 꼽히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언제부터 윤 대통령의 계엄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방첩사 내에서 계엄을 염두한 정지 작업을 했는지도 수사 대상입니다.
이런 가운데 26일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하고 정당했다’, “국회의 정치 패악질에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 “대한민국에 암약하고 있는 종북 주사파 반국가 세력을 정리하려고 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습니다. 뉴스타파를 포함해 MBC, JTBC 등 몇몇 언론사의 출입을 제한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내란 동조’ 국민의힘, 탄핵 트라우마·이재명 포비아?
이미 알려진바 대로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SBS 보도를 통해서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자는 한동훈 대표의 요청을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가 거절했다는 일화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의 '내란 동조' 행위은 이뿐이 아닙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는 헌법재판관 임명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언론에서조차 차갑게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동아일보는 지난 18일 사설을 통해 권 원내대표의 주장을 "참 구차하고 가당찮은 몽니"라며 일축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노골적인 윤석열 내란 비호 발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계엄 이후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 사법 처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두환 군부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썼습니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내란은 수사기관을 거쳐 확인돼야 할 부분"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행위를 내란이라고 불러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사실상 내란에 동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지연 작업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분석됩니다. 이른바 '탄핵 트라우마'와 '이재명 포비아'입니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힘 인식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어 보입니다.
이른바 '탄핵 트라우마'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던 국회의원들이 결국 배신자로 낙인찍히면서 정치력을 회복하기까지 많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탄핵안 가결에 참여했던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의원들은 결국 독자 정치세력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정치적 역경을 겪게 됐습니다. 그들이 겪었다는 고통이 독자정치세력화 실패가 아니라 탄핵 찬성에서만 비롯됐다고 보는 게 타당한 분석인지 반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신군부의 학살 만행을 다시 떠올리게 된 국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고려한 '트라우마'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국민 모욕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입니다. 이대로 탄핵이 진행될 경우 윤석열 탄핵과 처벌에 찬성하는 거의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여론조사 등을 보면 대통령 탄핵 찬성과 이재명 대표의 지지 여론을 동일시하는 이같은 전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7~19일 갤럽이 전국 만18살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5%)에 따르면 장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7%를 차지해 5%를 기록한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을 크게 앞질렀지만 민주당 지지율(48%)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탄핵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와 이재명 대표 개인의 지지율 간에 유의미한 격차가 확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탄핵 시위를 앞장서서 주도한 것으로 평가 받는 20대의 이재명 대표 지지율은 21%로 전체 지지율(37%)에 비해 크게 적은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20대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가 장래 지도자 선호 질문에 답변을 보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을 곧바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로 연결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2차 내란 세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분노
윤석열 대통령의 목표는 단순히 내란죄 처벌을 면하는 게 아닐 겁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되찾아 비상 계엄으로 하려고 했던 일을 이번에는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종 목표일 겁니다.
그렇게 될 경우 얼마나 끔직한 일이 벌어지게 될지, 경찰 수사와 언론 취재로 이미 드러난 내란 세력의 계획만 보더라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탄핵 심판을 방해하고 지연시킨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을 통해 만들려고 했던 세상에 본인들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시민들의 분노가 여전히 들끓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이 분노를 피하려면,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2차 내란' 세력의 대열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전체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열에 합류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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